대만봉쇄·경제보복 초강수…시진핑 노림수는

입력 2022-08-04 12:11  

대만봉쇄·경제보복 초강수…시진핑 노림수는
'3연임' 확정할 시진핑, 대만 경제제재 지속할 듯
中 강력 대응할지, 출구전략 찾을지에 국제사회 촉각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대만봉쇄' 실사격훈련과 경제보복 등 연이은 초강수를 두고 있다.
펠로시 의장이 2일 밤 대만에 도착하자 중국군은 대만을 둘러싼 군사 조치에 들어갔고, 다음 날인 3일 대만에 모래 수출과 식품 수입 중단 조처를 했다.
전광석화 같은 이런 대응은 준비된 카드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친(親)대만 행보를 보여온 가운데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상당 기간 예고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실상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시하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나쁜 선례가 될 것으로 우려한다.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어 미국 의전서열 3위인 펠로시의 행보를 바이든 미 행정부의 뜻으로 읽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참여하는 중국 공산당 중앙외교영도 소조에서 대응책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 '3연임'에 절박한 시진핑…상황 반전시킬 카드 절실
따라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저지는 물론 방문 후 대응책 마련에 시 주석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외교가에선 보고 있다.
시 주석은 직접적인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으나, 2일 밤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해 퍼부은 "극도로 악랄한 행위"라는 극언에 중국 지도부의 심경이 투영돼 있다는 해석도 있다.
문제는 이르면 오는 10월 하순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이하 당대회)를 앞두고 '3연임'을 확정해야 할 시 주석에게 '대만 통일 비전'은 필수 불가결하고, 이를 위해선 '하나의 중국'은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원칙이라는 점이다.
시 주석도 자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하나의 중국' 원칙 토대에서 가능하다"고 강조해왔는데, 이번에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치명상을 입게 됐다.
시기적으로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원로들의 의견을 듣는 베이다이허 회의를 치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만 통일을 열망하는 중국 인민의 신뢰를 얻어야 할 시 주석으로선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 지도부로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게 해야 (중국 내부의) 결집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 주석으로선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가 절실할 수 있다.

◇ '영해·영공 무시' 대만 봉쇄·경제제재의 행로는
중국의 즉각적인 '대만봉쇄' 군사훈련은 이런 상황에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확인된 2일 밤부터 대만 주변에서 일련의 군사행동을 전개했고, 4일부터 7일까지 해당 해역과 공역에서 중요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을 실시한다.
주목할 대목은 이 기간에 중국 당국이 선박과 항공기의 진입을 금지한 해역을 보면 대만의 12해리 영해를 깊숙하게 침범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의 영공도 사실상 차단됐다. 이는 대만 주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할 수 있다.
공분을 살 수는 있지만, 중국은 이 같은 요란한 무력시위성 군사훈련을 통해 대만이 중국 영토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를 가진 듯하다.
대만군 예비역 중장인 솨이화민 씨는 3일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군의 훈련구역이 대만의 주요 항구와 항로를 차단해 대만을 전면 봉쇄하려는 무력 통일 옵션의 하나라고 짚었다.
중국은 그동안 대만 사수를 위해 전쟁도 불사한다는 위협을 지속해왔다. 1953년과 1958년에 중국 본토에서 3㎞ 떨어진 대만 진먼다오(金門島)를 포격하면서 1·2차 위기가 발생했다. 1995년에도 리덩후이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을 계기 삼아 대만 해협에서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해 3차 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미중 양국은 3차례 위기에서 선을 넘지 않았다. 발사한 중국 미사일은 모조품이었고, 미국 역시 항공모함 전단을 파견하면서도 외교부 장관 회담을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시 주석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 中, 강경 대응 지속할까 vs 출구전략 찾을까
미국의 태도를 보면 치고 빠지는 기색이 역력하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후 중국군이 대만을 포위한 무력 시위성 군사훈련을 벌이자 어떤 위협에도 겁먹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그 이후로는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종료됐고, 이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를 어느 정도 알린 만큼 중국과 불필요한 갈등을 가능하면 피하려는 태도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CNN 등 미국 주요 언론에서 비판론도 나온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중국과 긴장만 고조시켰고,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압박만 가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전적으로 그의 결정에 달린 것이며 미국 정부는 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뜻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에게 지난달 이미 표명했다는 로이터 보도도 3일 나왔다.
바이든 행정부로선 펠로시 의장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마무리하려는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은 중국의 행보다.
이희옥 교수는 "중국은 2023년 지방자치단체, 2024년 총통·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대만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대만 봉쇄와 경제제재는 이런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양안의 무역 관계는 상호의존적이어서 중국도 제재를 꺼려왔으나 이번에는 달라 보인다"면서 "중국도 피해를 각오하고 농산물 보복에 나섰는데 제재를 지속하고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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