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 동북·서남해역 둥펑미사일 여러발 발사"…대만 영해 침범 가능성 촉각
타이베이·가오슝 인근 바다로 날려 1995년 미사일 위기 재현…대만 "충돌 자제"
(상하이·선양=연합뉴스) 차대운 박종국 특파원 = 대만 당국이 4일 중국의 탄도미사일 발사 무력 시위를 '비이성적 행위'로 규정하면서 반발했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이날 오후 1시 56분(현지시간) 중국군이 대만 동북부 및 서남부 해역을 향해 각각 여러 발의 둥펑(東風·DF) 계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도 미사일이 떨어진 자세한 수역 위치까지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대만 측 발표 내용과 기존 중국이 발표한 훈련 구역 지정 내용 등에 비춰보면 대만 수도 타이베이와 남부 항구도시 가오슝에 인접한 바다에 중국군의 탄도 미사일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대만 국방부는 "국군(대만군)이 즉각 발사 동향을 파악했다"며 "관련 방어 시스템을 가동하고 전투준비 태세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의 평화를 파괴하는 비이성적 행동을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한 중국군은 이날부터 7일까지 대만 주변 7개 해·공역에서 중요 군사훈련 및 실사격 훈련을 진행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중국은 1995년 7월부터 1996년 3월까지 이어진 3차 대만해협 미사일 위기 때 타이베이와 대만 최대 항구도시인 남부 가오슝 앞바다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떨어뜨린 바 있다.
한편 중국군의 대만 동부 해역 미사일 발사 예고로 타이둥 등 대만 동부 지역 어민들은 대부분 이날 출항하지 않고 조업을 중단했다고 중앙통신사는 전했다.
이번 훈련을 주도한 중국군 동부전구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통해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자평하면서 대만 동부지역에 설정한 미사일 시험 사격 훈련 구역 통제를 해제한다고 발표했지만 대만군은 나머지 훈련 구역에서 함정과 항공기의 영해 침범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보고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만군 고위 관계자는 중앙통신사에 "영해는 국가 주권의 상징으로서 공산당군(중국군) 훈련 중 대만의 영해를 침범한다면 양보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다"며 "우리 군인이 이것도 지켜내지 못한다면 군인의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공군의 이번 훈련은 상당히 도발적인 것으로서 현상태를 파괴하려는 것"이라며 "국군(대만군)은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관련 규정에 따라 대응할 것이지만 상세한 내용은 밝힐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대만군은 중국군의 영해 침범 등 상황에 엄정 대처하되 자칫 중국군과의 충돌이 더욱 심각한 대만 안보 위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마지노선은 지키되 전쟁으로 비화하는 상황은 최대한 막겠다는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이날 중국군의 실사격 훈련 개시를 앞두고 "전투준비 태세를 유지하면서도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추구하지는 않는다는 기조와 다툼이 벌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태도로 국토 안보와 영토의 완전성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군은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연합보 등에 따르면 대만군 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육·해·공 3군에 작전구역 내 전비 부대를 중대급인 '전투대'에서 연대급인 '특견대'(特遣隊)로 격상 운용하라고 지시했다.
특견대는 긴급 상황에 맞춰 임시로 조직되는 편제로, 군종(軍種)과 관계없이 병력을 조직해 출동, 특수 임무를 수행한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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