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집행 이후 시위 격화…시민군 저항도 거세져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미얀마 군부가 구금 중인 일본인 다큐멘터리 작가 구보타 도루(26)를 이민법과 반군부 선동 혐의로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AF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구보타 도루는 기소 후 양곤 인세인 교도소로 이송됐다.
이민법에 따르면 그는 최대 징역 5년 형을 받을 수 있다. 군부가 반대 세력 탄압에 사용해온 선동 혐의로는 3년 형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미얀마 군부가 구금한 다섯 번째 언론인이다. 미국, 일본, 폴란드 국적 언론인 4명은 모두 석방돼 추방됐다.
구보타는 지난달 31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사우스 다곤 지역에서 미얀마인들과 현수막을 펼쳐 들고 기습 반군부 시위를 벌이다가 현장에서 붙잡혔다. 일본 정부는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지난달 23일 군부가 민주 인사 4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이후 양곤은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구보타가 구금된 날 양곤 다른 현장에서 잡힌 미얀마 사진작가 에이 초는 10시간 후 주검으로 가족들에게 돌아온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군부는 26일부터 양곤 일부 지역에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고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무장한 군인 20여 명이 탄 트럭이 도시를 휘젓고 다니고 있으며, 휴대폰을 조사해 수상한 사진이나 SNS 흔적을 찾아내 현장에서 구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부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산하 무장 조직 시민방위군(PDF)의 저항도 더욱 거세졌다.
최근 양곤 각 경찰서와 군부대 주둔지에는 폭발물이 연일 터지고 있다. 3일에는 양곤 인근에서 군정 고위 인사가 부인과 함께 자신의 차량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시민들은 군부의 탄압이 심해 거리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31일에는 미얀마의 국민 영웅 아웅 산 장군이 살해된 시간인 오전 10시 37분에 전국적으로 냄비를 두드리고 차량 경적을 울리면서 "국민 정의 결의대회"에 참여하자는 움직임이 SNS에서 불붙었다.
민주 인사 4명의 사형집행에 대한 강한 규탄 성격을 지닌 결의대회였으나, 대도시에서는 거의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한 시장 상인은 "우리 시장 내에도 군부의 밀정이 없으란 법이 없으니 이젠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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