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2020년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 대폭발의 충격으로 훼손된 거대 곡물 저장고가 참사 발생 2주년인 4일(현지시간) 추가로 붕괴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베이루트 항구에 있는 높이 48m에 달하는 거대 곡물 저장고의 타워 4개가 굉음과 먼지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앞서 3주가량 이어진 화재의 영향으로 지난달 31일 무너지기 시작한 저장고에서 추가 붕괴가 진행된 것이다. 화재는 2년째 방치됐던 곡물이 발효하면서 생긴 열과 폭염이 유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은 대폭발 참사 2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 사법당국은 참사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했으나, 정치권의 강력한 반발 속에 진상 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
폭발 현장 인근에서는 이날도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시위 중 저장고 추가 붕괴를 목격한 라마 하(30)씨는 "비슷한 광경을 거의 비슷한 장소에서 2년 만에 다시 본다. 충격적이다"라며 눈물을 훔쳤다.
대폭발로 아들을 잃은 와파 자헤르(60)씨는 "곡물 저장고는 우리의 기억이다. 진실이 우리의 마음을 진정시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8월 4일 '중동의 파리'로 불리는 베이루트의 항구에서는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몇 년째 항구 창고에 방치됐던 질산암모늄 2천700여t이 용접 과정에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폭발의 충격은 현장에 43m 깊이의 구덩이를 만들 만큼 강력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비핵(非核) 폭발로 기록된 당시 폭발로 최소 214명이 죽고 6천여 명이 부상했다.
폭발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이 곡물 저장고는 대폭발 참상을 전하는 상징으로 2년간 흉물스럽게 서 있었다.
레바논 정부는 지난 4월 붕괴 우려를 이유로 저장고를 철거 명령을 내렸으나, 참사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들은 곡물 저장고가 폭발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 중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반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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