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실망해 잠적…부모, 1만달러 현상금·공개편지로 복귀 호소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의 명문 사립 시카고대학에 유학 중인 중국인 남학생이 홀연히 종적을 감춰 학교 당국과 가족의 애를 태운 지 3개월 만에 무사히 돌아왔다.
4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5월 실종 신고됐던 시카고대학 중국인 유학생 디웬판(20)이 무탈한 모습으로 가족과 재회했다.
시카고대학은 전날 교내 이메일을 통해 "판이 부모와 함께 학교를 찾아 경위를 설명하고 그간 대학 커뮤니티가 보여준 지지와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존 엘리슨 학생처장은 "시카고대학은 판과 그의 가족이 힘들었던 시간을 딛고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측은 판의 잠적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판 가족의 법률 대리를 맡은 시카고 로펌 변호사는 판이 학업 성적에 실망해 종적을 감췄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판은 2년 전 시카고대학에 입학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원격수업으로 1학년을 마쳤고 2학년 진급을 앞둔 작년 9월 시카고로 왔다.
그는 지난 5월 5일 오후 5시15분께 자전거를 타고 캠퍼스를 나서는 모습이 교내 폐쇄회로TV(CCTV)에 잡힌 이후 연락이 끊겼다.
중국에 사는 판의 부모는 이후 수일간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자 기숙사로 전화해 아들을 찾아달라고 요청하고 현지 로펌을 법률 대리로 선임해 실종 신고를 했다.
그러나 한 달 이상 수사에 진척이 없자 경찰은 수사를 공개로 전환하고 가족들은 판의 행방과 관련한 정보 제공자에게 사례금 1만 달러(약 1천300만 원)를 내걸었다.
판의 부모는 공개 편지를 통해 아들에게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했을 것으로 믿는다. 네가 통제할 수 없는 일로 인해 좌절하지 말라"며 무사귀환을 호소하기도 했다.
로펌 측은 사설탐정을 고용해 판이 시카고에서 텍사스주 샌안토니오까지 가는 고속버스 탑승권을 산 사실을 알아냈으나 판은 댈러스에서 종착점 샌안토니오까지 가는 4번째 환승용 표는 사용하지 않아 무수한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변호인은 판이 유학 전 정신적으로 건강했고 성적도 우수했지만 시카고로 온 후 언어 장벽을 체감하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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