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무력통일 축하하려 했는데…' 위험한 중국 국수주의

입력 2022-08-05 14:01   수정 2022-08-05 14:22

'대만 무력통일 축하하려 했는데…' 위험한 중국 국수주의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믿을 수 없다. 대만을 무력 통일하는 것을 축하할 참이었다. 중국은 그럴 만큼 충분히 강하다. 그렇지 않나?"
지난 3일 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라온 글이다.
앞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땅을 밟은 지난 2일 소셜미디어 위챗에는 '자지 말고 깨어서 대만이 무력으로 통일되는 역사적 순간을 목격해야 한다'고 독려하는 취지의 글들이 돌아다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앞두고 중국에서 국수주의 감정이 솟아올랐다가 이내 실망감이 널리 퍼져나갔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앞두고 강경 대응을 천명하고 관영 매체들이 요란하게 선전했으나 정작 그가 대만을 떠날 때까지 행동을 취하지 않자 이에 실망감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인터넷에서 터져 나왔다는 설명이다.
SCMP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둘러싸고 고조된 국수주의는 중국과 다른 국가들 사이의 관계를 해칠 위험이 있다"며 "중국 정부와 공산당은 국내 지지를 결집하기 위해 국수주의를 활용하는 데 능숙하지만 고조된 감정들이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돼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정치학자는 SCMP에 "국수주의로 인해 중국 정부가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양날의 검"이라며 "고삐를 죄지 않으면 그런 국수주의는 중국의 외교 의제를 탈선시키고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서방 국가들을 향한 외교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간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는 중국의 힘을 과장함으로써 신뢰를 구축했는데 이는 대중이 환상을 갖도록 했다"며 "정부는 산업적, 기술적, 군사적 힘을 과시하는 대신 중국의 위상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대만 문제를 두고 국민 정서를 자극하곤 한다.
앞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2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대만 문제를 놓고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주권 수호와 영토 보존은 14억 중국 인민의 단호한 의지"라고 말했다.
트위터 팔로워 51만명, 웨이보 팔로워 2천400만명을 거느린 관변 언론인 후시진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을 앞두고 온라인에서 강경 대응 바람몰이를 한 대표적 인사다.
그는 말폭탄을 쏟아내다 급기야 지난달 29일에는 트위터에 "인민해방군은 펠로시의 비행기와 미국 전투기를 강제로 쫓아낼 권한이 있다. 만약 효과적이지 않으면 격추해야 한다"고 썼다.
이런 분위기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목소리도 있다.
중국 유명 블로거 런이는 위챗에 후시진의 개인적 판단이 중국의 대응에 대한 여론의 기대를 과장하고 호도해 중국 당국을 어려움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SCMP는 "다른 관측통들은 중국 정부 역시 앞으로 국수주의에 휘둘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선 자신의 행동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우창 전 칭화대 강사는 "확산하는 국수주의 감정은 미국 등 다른 서방 국가들과의 긴장 완화를 추구하려는 중국의 의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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