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등 원통형 배터리 채택 늘자 원통형 생산라인 증설 박차
국내 3사, 상반기 시장 점유율 하락…LFP 배터리로 새 활로 개척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원통형'과 '리튬인산철(LFP)'이 최근 국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형 배터리 공세에 밀려 국내 배터리 업계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하락하는 가운데 신규 폼팩터(형태)와 소재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 파우치·각형에 밀리던 원형 배터리 '부활'
7일 업계에 따르면 파우치형과 각형에 밀려 입지가 좁아졌던 원통형 배터리가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통형은 가장 기본이 되는 배터리 형태로, 비용과 안정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공간 효율성이 떨어지고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점 때문에 전기차 시장에서 외면받고 주로 전동공구 등에 사용돼왔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원통형 배터리 점유율은 2018년 29%, 2020년 23%, 2022년 1분기 15.6%로 계속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변화를 일으킨 것은 '4680'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기로 한 테슬라였다.
4680 배터리는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다.
지름 46㎜, 길이 80㎜를 뜻하는 4680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는 5배, 출력은 6배 각각 높이고 주행거리를 16% 늘린 것이 특징이다.
이에 테슬라를 필두로 BMW 등 전통 완성차 업체들도 원통형 배터리 채택을 늘리고 있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는 '4680 원통형 전지'가 배터리 시장의 새로운 질서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SNE리서치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4680 배터리는 전기 용량,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 큰 수준의 성능 개선을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며 "기존 원통형 전지, 그리고 다른 타입의 전지와 비교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전지 유형으로 앞으로 미래가 기대되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계도 발 빠르게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1조7천억원을 투자해 11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에 따라 투자 비용이 급증하며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으나, 고객 수요나 사업적 요인에 변화는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7천300억원을 투자해 충북 청주 오창공장의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을 신·증설한다. 이 공장에서는 내년 하반기부터 테슬라에 공급할 4680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삼성SDI[006400]도 원형 배터리 수요 증가에 대응해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1조7천억원을 들여 배터리 2공장을 짓기로 했다.
또 충남 천안공장에 46파이(지름 46㎜) 배터리 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복수의 완성차 업체들과 46파이 배터리 공급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동진 현대차증권[001500] 연구원은 "최근 완성차 업체의 원통형 배터리 채용이 대구경 원통형 전지 개발로 가속화되고 있다"며 "원통형 배터리 시장은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이 과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삼성SDI는 원통형 배터리에 강점이 있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아 이를 중심으로 더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인플레 탓 LFP 가격 경쟁력 부각…국내 업체도 LFP 개발·생산
배터리 소재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주력 상품으로 생산하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 업체들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자 LFP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LFP 배터리는 제조원가가 저렴하고 NCM 배터리와 비교해 안정성이 높지만, NCM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고 주행거리가 짧은 것이 한계로 지적돼왔다.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LFP 배터리 탑재를 늘리고 있다.
기술 진화로 LFP의 에너지 밀도가 향상된 데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생산한 전기차 가운데 LFP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의 비중을 50%로 늘렸다. 폭스바겐, 포드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LFP 배터리 적용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저가형 LPF 배터리를 주력으로 내세운 중국 업체들의 약진에 국내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5.8%로 작년 동기보다 9.1% 하락했다.
이에 한국 배터리 업계도 LFP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중국 난징의 생산라인을 LFP 라인으로 전환해 ESS(에너지저장장치)용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2024년에는 미국 미시간 공장에 신규 LFP 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SK온 역시 최근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안으로 LFP 배터리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고객사와 공급 관련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동진 연구원은 LFP 배터리 개발과 관련해 "기술 개발로 단점이 보완되고 있고, 인플레이션으로 가격이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공급망 관리에서도 삼원계 배터리보다 강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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