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최근엔 '우영우' 흥행까지
미디어·금융·IT 등 영역 중심의 지주형으로 전환 추진 중
[※ 편집자 주 = KT[030200]가 오는 20일로 민영화 20주년을 맞습니다. 국내 통신업계 최대의 인프라와 인력·조직을 보유한 '통신 공룡'이던 KT는 민영화 후 20년간 초고속 인터넷과 세계 첫 5G 상용화 등 이동통신 서비스를 잇달아 성공시켰으며, 최근에는 통신사업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 기업 '디지코'로 전환을 시도하면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흥행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통신 사고와 정치적 외풍에 따른 논란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KT의 변천사와 미래 전략, 20년 동안의 명과 암 등을 기사 세 편으로 나눠 살펴봤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2002년 8월 20일은 KT의 민영화 절차가 마무리된 날로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ICT) 역사에 기록돼 있다.
KT는 그 후 20년간 유·무선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에 힘써 왔으며, 최근에는 '디지코' 선언으로 통신을 넘어 네트워크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 대한민국 정보통신의 뿌리 '한국전기통신공사'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최대 통신망 사업자인 KT라는 기업의 출발은 1981년 '한국전기통신공사'(이하 한통)라는 이름의 공기업으로 설립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통신 수요 증가로 공기업 설립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그해 12월 당시 체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통신 부문이 갈라져 나온 것이 바로 '한통'이었다.
KT뿐만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 통신산업을 이끄는 '통신 3사' 모두가 한통에 뿌리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KT는 한통의 본체와 기업 정체성을 이어온 '본가'이며 '적장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KT가 아직까지도 '통신업계 맏형'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한통은 1970년대 체신부 시절부터 해 온 '차량전화' 서비스에 더해 설립 이듬해인 1982년 '삐삐'로 통칭되는 무선호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1984년 이동통신 서비스 위탁 자회사로 '한국이동통신서비스주식회사'를 설립하고, 1988년에는 이 자회사에 이동통신 시설과 운영도 넘겨 줬다. '한국이동통신'으로 이름을 바꾼 이 한통 자회사는 1994년 공개 입찰을 거쳐 선경그룹(현 SK그룹)에 인수됐으며, 1997년 'SK텔레콤'이라는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또 한통이 1982년 금성사, 대한전선, 연합통신(연합뉴스의 예전 사명), 한국전자통신 등을 초기 출자자로 참여시킨 가운데 설립을 주도한 '한국데이타통신주식회사'는 지분 매각과 인수 등 변화를 거쳐 1991년 '데이콤', 2006년 'LG데이콤'으로 바뀌었으며, 2010년에는 LG텔레콤(1996년 창립)과 합병해 현재의 'LG유플러스'가 됐다.
이처럼 일부 분야가 갈라져 나가고 독립하긴 했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 한통은 국내 통신 서비스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었다.
◇ 15년에 걸친 KT 민영화
현재의 기업 KT는 계획 발표부터 완료까지 15년에 걸쳐 서서히 이뤄진 '한통 민영화'의 결과물이다.
한통 민영화는 1987년 정부가 발표한 공기업 민영화 계획에 포함돼 있었으며, 정부는 1993년부터 단계적으로 국내에 한통 지분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한통은 그런 와중에 통신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활성화를 계속했다.
1994년 코넷(KORNET) 망을 구축해 일반인을 상대로 인터넷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를 기점으로 한국에서 인터넷이 대중화했다.
한통은 이어 1997년 1월에 한국통신프리텔(KTF)을 설립했고, 같은 해 10월 개인휴대통신(PCS) 전국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부 방침으로 한국이동통신을 SK그룹에 내준지 3년만에 다시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한통은 1997년 10월 '정부 출자기관'으로 전환했으며 1998년 12월 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에 상장했다.
그즈음 발생한 외환 위기로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경쟁력과 효율성 제고를 명목으로 공기업의 민영화 흐름이 거세졌다.
이에 한통은 2001년 12월 민영화에 대비하고자 현재의 상호인 KT로 이름을 바꿨고, 정부는 보유하고 있던 KT 지분 전량을 국내와 해외에 매각하는 작업을 2002년 5월에 마무리했다.
KT는 2002년 8월 2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정관 개정을 하고 사외이사 선임 등을 의결한 데 이어 이용경 사장이 취임하면서 민영기업으로 전환을 마무리했다.
다만 KT 민영화에 따른 소유구조 개편 완료는 2002년 말에야 이뤄졌다. 이는 정부가 2002년 5월 KT 지분을 매각할 때 SK텔레콤이 이를 대거 사들여 KT의 최대 주주 위치를 확보하면서 지분 관계가 한동안 '꼬였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KT 주식의 9.64%를 확보했고, KT는 옛 자회사인 SK텔레콤 주식의 9.27%를 보유 중이었다. 당시 'KT 민영화를 통해 정부가 한국이동통신에 이어 KT 자체까지 통째로 SK그룹에 불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우려와 함께 엄청난 논란이 일었다.
정부 중재로 결국 그해 12월 양사가 주식을 맞교환하기로 하면서 KT 소유구조 개편이 일단락됐다.
민영화 즈음인 2002년 KT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VDSL(초고속 디지털 가입자 회선)을 상용화했고, 2006년 6월에는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KT는 2009년 6월 자회사인 KTF와 합병해 통합 법인이 됐고, 이 때부터 유·무선통신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2014년에는 국내 최초로 기가 인터넷 전국망을 상용화하고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5G 시범 서비스를 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5G 상용화에 성공했다.
2017년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를 출범시켰다.
◇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 전략 본격화…과제도 산적
2002년 8월 민영화 이후 KT 대표는 현직인 구현모 대표를 포함해 지금까지 5명이 차례로 맡아 왔다.
KTF 사장 출신인 이용경(2002∼2005년)과 남중수(2005∼2008년),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인 이석채(2009∼2013년), 삼성전자[005930] 사장 출신인 황창규(2014∼2020년) 등이 KT 수장을 지냈다.
구현모 현 대표는 1987년 한국전기통신공사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한지 33년 만인 2020년 3월에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구 대표는 KT를 유·무선 통신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Digico)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그는 올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주형으로의 전환에 관심이 있다"며 디지코 전환을 위한 사업 구조 개편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지주형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고, 그렇게 된다면 KT 주가는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KT는 아직 구체적인 개편안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KT가 사업 영역을 ▲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 ▲ BC 카드와 케이뱅크를 중심으로 한 '금융' ▲ 올해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KT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등 크게 세 개의 밸류 체인(가치 사슬·value chain) 그룹으로 나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미디어 영역의 경우 최근 오리지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시청률 15%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으면서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
미디어 영역은 중간 지주사 격인 KT스튜디오지니가 기획과 제작을 맡고, 밀리의 서재와 스토리위즈가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며 KT스카이라이프(위성 방송)와 올레tv(IPTV) 등이 콘텐츠를 내보내는 통로 역할을 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그러나 KT 앞에 높인 과제도 많다.
일단 미디어 영역, 특히 드라마 같은 콘텐츠 사업을 지속하고 후속작 흥행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한 작품이 성공했다고 해도 이렇다 할 후속작이 나오지 않고 투자를 지속하지 않는다면 사업은 추진력을 잃기 십상이다.
여기에 KT가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개통한 만큼 5G 품질을 개선해 서비스를 안착시켜야 하고, 미래 먹거리로 주목을 받는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경기 침체로 주식 시장이 어려운 가운데 추진 중인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도 성공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구현모 사장은 지난달 열린 그룹 성과 공유회에서 "올해 상반기는 우리가 모두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고 평가하면서 "하반기에도 '디지코 KT'의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나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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