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펠로시 방문을 군사행동 증강 구실로 삼아"
EAS 회의서 중·러 외교수장 반갑게 인사…블링컨은 회피
(하노이·서울=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신재우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대만해협에서 실시한 대규모 군사 훈련에 대해 "심각한 긴장고조 행위"라고 비판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및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방문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의 무력시위를 "불균형적이고, 심각하고, 정당하지 않은 긴장고조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평화적이었고 미국의 대만 정책에 있어 어떤 변화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대만해협 주변에서 도발적인 군사행동을 증가시키기 위한 구실로 이번 방문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나는 그들이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전쟁, 긴장 고조, 도발적 행동을 위한 빌미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 그들의 행위에는 어떤 정당성도 없다는 점, 그리고 그 행위를 멈춰야 한다는 점 등 우리가 공개적이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던 요점을 (외교장관회의에서) 다시 한번 강조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미국은 이 지역 동맹국과의 안보 약속은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국방부는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에 이 상황을 감시할 수 있는 지역에 주둔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비행하고 항해할 것"이라며 "우리는 항해와 비행의 자유를 유지하기 위해 동맹국, 파트너와 협력하는 오랜 접근 방식을 유지하면서 대만해협도 정상적으로 통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열린 미·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도 "중국이 위기를 만들거나 공격적인 군사행동을 늘리려는 구실을 찾으려 하지 않길 희망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응해 전투기와 군함을 앞세워 대만해협 주변에서 이틀째 실사격을 포함한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에서 마약 밀수 혐의로 징역 9년형을 선고받은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32)를 죄수 교환을 통해 석방하는 방안을 러시아와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이 문제에 관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으며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 주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됐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에 수립된 채널의 틀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는 미·중·러의 외교 수장들이 한데 모였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과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서로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러나 이어 회의장에 들어온 블링컨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과 왕 부장을 쳐다보지도 않고 자리로 향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왕 부장과 따로 만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과 라브로프 장관은 또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의 발언 순서가 되자 회의실에서 나가버렸다고 한 회의 참석자는 전했다.
앞서 전날 오후에 왕 부장과 하야시 외무상은 양자 회담을 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측이 취소를 통보하면서 무산됐다.
중국 외교부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중국이 대만 주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는 것 등과 관련해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이 성명을 통해 우려를 표명한 것을 회담 취소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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