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일 北대사 "美이중기준 멈춰야…대규모 군사훈련은 적대시 정책"
(프놈펜·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김효정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북한도 참석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정부가 준비 중인 대북 협상 로드맵인 '담대한 계획'을 직접 소개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5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된 제29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한반도 정세와 대만해협, 남중국해, 우크라이나, 미얀마 등 역내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할 경우 정부는 북한 경제와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담대한 계획'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단계별로 제공할 수 있는 대북 경제협력 및 안전보장 방안을 담는 로드맵이다. 한국은 로드맵 성안을 상당히 진척시키고 미국과도 협의 중이다.
한국 정부 인사가 북한도 대면으로 참석한 회의에서 '담대한 계획'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박 장관이 발언할 때 북측 대표인 안광일 주인도네시아대사 겸 주아세안대사도 회의장에 자리하고 있었다.
박 장관은 북한이 올해에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6발을 포함해 총 31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다수의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강력히 규탄했다.
또 북한이 핵 개발을 고집하는 것이 북한 스스로의 안보를 저해하고 고립을 초래하며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하고, 북한이 도발과 대결 대신에 대화와 외교의 길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 내 인도적 상황 및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북한이 이런 국제사회의 우려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박 장관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도 참석하는 ARF 회의 계기에 추가도발 중단과 대화와 외교 복귀를 강력히 촉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광일 대사는 미국의 이른바 '적대시 정책'을 비난하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사는 자신들의 국방력 강화는 자위적인 조치이며, 미국은 이른바 '이중 기준'을 멈춰야 한다고 강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나 한미가 대규모 군사훈련을 강행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드러내는 것이라고도 비난했다.
그는 '미국의 일방주의와 자의적 행동이 이 지역에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며 대만 문제에서도 외부의 간섭을 규탄하고 중국을 지지하는 등 역내 상황인식에서 중국과 보조를 맞추는 모습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세안과 한반도 주변 주요국을 포함해 총 27개국이 회원국인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안보 협의체다. 북한은 이를 한반도 문제와 지역정세에 대한 입장을 개진하는 장으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최선희 외무상 대신 안 대사가 참석하며 공세적이거나 새로운 주장 대신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친 것으로 보인다.
안 대사는 회의장을 나서면서 취재진과 만나서도 '어떤 입장 밝혔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느냐'는 질문에 "오늘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 사람들이 정확하게 말을 해 줄 것"이라고 답하는 등 비교적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전날 각국 대표 환영 만찬에서 박진 장관과 조우한 사진이 보도됐음에도 '박 장관과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만날 생각도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박 장관은 이날 ARF 회의에서 대만해협의 지정학적 갈등 심화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도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항행 및 상공비행의 자유를 강조하는 한편 역내 긴장완화와 해양수송로 보호를 위해 해양법 집행기관 간 소통과 협력 증진을 위해 모든 당사국과의 협력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규칙기반 질서'를 위협하는 다양한 도전 속에서 역내 가장 포괄적인 안보 포럼인 ARF만이 수행할 수 있는 특별한 역할이 있다고 평가하고, 자유·평화·번영 달성을 위한 기여 의지를 표명했다고도 외교부는 전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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