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콩고 정부 환영 "진실 승리, 르완다 개입 끝내야"…르완다 정부 계속 부인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아프리카 르완다가 인접국 콩고민주공화국 내에서 준동하는 반군 'M23'을 지원했다는 증거가 있다는 내용의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고 로이터, AFP통신 등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전문가 그룹은 이날 131쪽 분량의 보고서를 외신들에 먼저 공개하면서 르완다의 M23 지원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증거들로 민주콩고 주둔 유엔평화유지군(MONUSCO)의 드론 사진, 목격자 증언, 아마추어 비디오 및 사진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르완다군은 수년간 잠잠하던 M23이 민주콩고 동부지역에서 다시 무장 투쟁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M23 무장대원들과 연계하거나 혹은 르완다군 단독으로 민주콩고 동부지역에서 민주콩고군을 공격하는 등 작전을 벌였다. M23의 준동으로 주민 수십 명이 사망하고 17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르완다군의 병력과 장비 지원 덕에 M23은 지난 3월부터 7월 사이 전략적 요충지를 비롯해 점령 지역을 3배로 늘렸다.
일례로 지난 5월 25일 M23이 노스키부주(州) 민주콩고군 기지 루망가보를 공격하기 하루 전 르완다군이 월경해 들어가 공격에 가담했다. 르완다군 1천 명은 또 노스키부주 주도 고마로 가는 주요 도로를 차단했다.
또 민주콩고 내 후투족 계열의 르완다해방민주세력(FDLR) 반군을 분쇄하기 위해 르완다군 300명이 작전을 벌였다. 르완다 정권은 1994년 자국 내 후투족의 대학살 이후 소수 민족 투치족으로 구성됐으며, 민주콩고로 후투족이 도주해 결성된 FDLR을 정권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유엔 공중 촬영에는 르완다 군복과 비슷한 복장의 병력 약 500명이 르완다, 우간다, 민주콩고 접경지역에서 종대로 행군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우간다군은 르완다군의 민주콩고 유입을 순순히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전부터 르완다군의 개입을 주장해 온 민주콩고 정부는 유엔 보고서를 환영하면서 "진실은 결국 항상 승리하게 돼 있다"면서 르완다군이 즉각 개입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르완다 정부 대변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보고서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면서 M23 지원을 거듭 부인했다. 다만 르완다가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요인을 보고도 가만히 앉아만 있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민주콩고 유력지 르뽀땅시엘은 5일자 기사에서 "우리는 이 보고서를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르완다의 개입이 국제적으로 확인된 만큼 민주콩고 정부는 영토를 침입한 르완다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유엔 보고서는 일부 민주콩고군도 동부지역에서 FDLR 등 다른 반군들의 무장을 도와 M23 등과 싸웠다고 밝혔다.
민주콩고와 르완다 관계는 1994년 이후 경색되다가 2019년 펠릭스 치세케디 대통령 취임 이후 다소 개선됐으나 M23 반군 지원 문제로 다시 긴장됐다.
최근 민주콩고 동부 주민들은 10년 넘게 주둔한 유엔평화유지군이 M23을 제어하지 못한다면서 강력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 와중에 유엔 평화유지군 4명을 포함해 36명이 사망했다.
아프리카에서 알제리 다음으로 영토가 넓은 민주콩고에 비해 르완다는 훨씬 소국이지만 군대가 더 조직적이다. 민주콩고 서쪽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동부지역은 금을 비롯한 지하자원이 많아 반군들을 통해 르완다로 유출된다고 민주콩고 정부는 주장한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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