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유사시 미·일 개입 막으려는 의도 부각"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군의 대만 해협 중간선 침범과 대만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이 '뉴 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6일 전했다.
대만 해협 중간선은 공식적인 경계는 아니지만 1950년대 이후 중국이 이를 침범하지는 않는 '현상'이 유지됐다.
그러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3일 대만을 방문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는 2일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한 직후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설정한 6개 구역의 해·공역에서 4일 낮 12시(한국시간 오후 1시)부터 7일 낮 12시까지 중요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을 한다고 예고했다.
훈련 구역 대부분이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는다.
이에 대만 국방부는 5일 "오늘 오후 5시 기준 중국 전투기 68대와 군함 13척이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었다"며 "탄도 미사일 발사든 대만 해협 중간선의 의도적 침범이든 이러한 중국군의 활동은 매우 도발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중국 군용기는 3일과 4일에도 각각 22대가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나들었다.
중간선은 1954년 12월 미국과 대만 간 상호방위 조약을 체결한 후 1955년 미국 공군 장군인 벤저민 데이비스가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선언한 중국과 대만 사이 비공식 경계선이다.
좁은 곳은 폭이 130㎞에 불과해 중간선을 넘는 것은 군사 충돌의 위험을 높이는 위험한 행동으로 간주된다.
전문가들은 대만 당국이 중국군의 대만 해협 중간선 침범을 좌시하면 대만 해협의 현상을 바꾸게 되고 대만에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마전쿤 대만 국방대 중공 군사사무연구소 소장은 4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펠로시의 대만 방문과 대만 해협 위기' 세미나에서 "향후 더 많은 중국군 군용기와 군함이 중간선을 넘어와 우리 영공과 영해 주변 가까이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인민해방군은 이를 통해 뉴 노멀을 만들고자 하며 그렇게 되면 분쟁시 대만이 대응할 시간을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또 "봉쇄의 형태로 대만 주변 6곳을 훈련 구역으로 설정한 것 역시 대만의 군사 작전 공간을 억제하려는 것"이라며 "이를 선례로 인민해방군은 향후 대만을 에워싸는 비슷한 군사 훈련 모델을 채택해 또 다른 뉴 노멀을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 소장은 대만은 이를 용납해서는 안되며 비대칭 방위 역량 개발과 함께 인민해방군의 봉쇄에 맞서 적절한 규모의 군대와 강력한 공력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캐나다에 있는 '칸와 아시안 디펜스'의 안드레이 창 편집장은 SCMP에 "사전 경고를 반복하고 군사 훈련을 공식 발표하며 구체적인 작전 수행에 이르기까지 인민해방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신들이 전투 준비 태세를 갖췄을 뿐만 아니라 모든 위험을 통제하고 있음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대만 군사 전문가 치러이는 "중국군의 이번 군사 훈련 내용을 보면 비상 상태가 발생했을 때 미국과 일본에서 대만으로 들어오는 선박과 항공기의 진입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를 보이려는 움직임이라는 점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1995∼1996년 3차 대만 해협 위기 때는 중국군이 대만의 영공과 해상을 봉쇄하고자 대만 북쪽과 남쪽에만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는데 이번엔 대만 동부와 남서부 바시 해협까지 미사일 사거리 범위로 포함, 미국과 일본의 대응을 막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는 것이다.
중국 군사 전문가 저우천밍은 "중국군은 이번에 대만 동부 해역에 055형 구축함을 처음으로 배치했다"며 "이는 미국과 일본의 군사 개입을 억제하고 중국군이 진행 중인 군사 훈련을 지켜보며 평가할 수 있도록 보조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자신이 대만을 사흘간 혹은 더 오래 봉쇄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려 한다"며 "오늘날 훨씬 강력한 해군과 공군을 보유한 중국군은 1990년대보다 더 자신이 있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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