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세계적인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을 이끌던 한국계 미국인 이규성 씨가 임기 만료를 몇 달 앞두고 돌연 사임했다.
7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칼라일은 이날 이규성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났다고 밝혔다. 이씨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였다.
칼라일은 이씨가 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칼라일과 이씨가 연임 계약을 맺지 않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보도했고, 블룸버그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씨와 이사회가 그의 계약을 두고 최근 충돌했다고 전했다.
칼라일그룹의 공동 창업주이자 전임 CEO였던 빌 콘웨이가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임시로 CEO직을 맡기로 했다.
이씨는 콘웨이와 또 다른 공동 창업주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에 의해 2017년 10월 차기 CEO로 내정됐다.
그는 2018년부터 글렌 영킨과 공동 CEO로 칼라일그룹의 혁신을 주도했고 2020년부터는 혼자서 CEO를 맡아왔다.
이씨와 같이 사모펀드 창업주가 손수 낙점한 후계자를 내쫓는 것은 드문 사례라고 WSJ은 평가했다.
블랙스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사모펀드들은 수년에 걸쳐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오래전부터 펀드 투자자와 주주들에게 누가 후임이 될지를 알린다.
이씨는 칼라일에서 재직할 당시 회사 구조를 단순화하고 사모펀드 사업을 간소화하는 일을 했다고 WSJ은 전했다.
특히 칼라일의 신용 플랫폼을 확대하고, 재보험사 포티튜드리의 지분 인수를 통해 보험 자산 관리로 사업을 주력했다.
이씨의 이런 사업 다각화 노력에도 칼라일의 주가는 동종 업계의 경쟁사 대비 부진했다.
칼라일의 주가는 이씨가 CEO로 있는 동안 거의 2배로 올랐으나 KKR와 블랙스톤은 각각 3배와 4배로 급등했다. 칼라일의 주가는 올해 들어는 30%가량 하락했다.
재미교포인 그는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까지 마친 뒤 컨설팅그룹 매켄지를 거쳐 사모펀드 워버그 핀커스에 입사했다.
이곳에서 21년간 각종 투자와 기업 인수 활동을 총괄하며 명성을 쌓아오다 지난 2013년 칼라일그룹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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