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에너지 지출 비중 크고 러시아산 수입 의존도 높아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소비자물가가 1997년 통계작성 이래 최고치 경신 중인 가운데, 러시아와 유럽연합(EU) 국경을 맞대는 발트3국의 물가가 평균치의 2배가 넘는 20% 넘게 뛰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들 국가는 가계지출에서 유달리 식품과 에너지 비중이 높은데다, 러시아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았고, 통화정책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발트3국 통계당국에 따르면 리투아니아의 7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1.6%, 라트비아는 21.5%, 에스토니아는 22.8%가 각각 뛰어올랐다.
발트 3국의 물가 상승 속도는 이들 국가를 포함해 EU내에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19개국 평균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8.9%의 2배를 훨씬 넘어선다.
유로존의 7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997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에너지 가격이 39.7%, 식품·주류·담배가격이 9.8% 치솟아 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발트 3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부터 두 자릿수를 기록해오다 7월부터는 모두 20%를 넘어섰다.
이들 국가의 7월 물가상승률은 유로존에서 물가상승률이 가장 낮은 편인 프랑스의 6.8%에 비해서는 3배로 높은 수준이다.
에스토니아는 2011년, 라트비아는 2014년, 리투아니아는 2015년 각각 유로존에 가입했다.
유독 발트 3국의 물가상승률이 이같이 극도로 고공행진하는 이유는 가계의 지출구조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격이 치솟은 에너지와 식료품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라 쿠친스카-조닉 발트3국 전문가 겸 애널리스트는 RND에 "발트해 연안의 소국인 발트3국은 EU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가계지출 구조가 다르다"면서 "이들 국가에서는 가계지출에서 에너지나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아 이에 더 크게 좌우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스웨덴에서는 가계지출에서 에너지와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불과한 반면, 에스토니아나 리투아니아는 20%에 육박하고, 라트비아는 23%에 달한다는 게 독일 한델스블라트의 설명이다.
발트3국이 러시아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아 이에 따라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리투아니아는 지난 5월 러시아의 가스공급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클라이페다에 액화천연가스(LNG)시설을 가동했다. 이 시설을 통해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도 액화천연가스를 공급받는다. 다만, 액화천연가스는 가격이 천연가스보다 비싸다.
이들 국가에서는 모두 목재가공산업이 발달했는데, 통상 러시아에서 조달하던 목재를 더는 수입할 수 없어 자국내에서 조달하거나 핀란드, 스웨덴에서 훨씬 더 높은 가격에 수입해야 해 에너지 가격에 더해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발트3국의 물가가 폭등하고 있지만, 유로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럽중앙은행(ECB)이 나서기 전까지는 통화정책을 활용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역시 고물가에 시달리는 헝가리나 폴란드가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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