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세액공제' 조건 단 美법안…K배터리 기대, 현대차 우려

입력 2022-08-09 10:01   수정 2022-08-09 11:21

'전기차 세액공제' 조건 단 美법안…K배터리 기대, 현대차 우려
중국산 배터리는 세액공제 제외…북미 생산시설 늘린 K배터리 반사효과
미국서 전기차 현지 생산해야 지원…현대차·기아[000270] 발등에 불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김철선 기자 = 미국 상원이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을 의결한 가운데 이 법안이 규정한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으로 국내 산업계도 큰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 법안은 전기차 세액공제 대상에서 중국산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를 제외하고, 미국 안에서 생산·조립된 전기차에만 세제지원을 한정하도록 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중국 경쟁사를 견제하고 북미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기대감이 나오지만, 자동차 업계는 미국 내 생산을 의무화한 규정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 중국산 배터리 보조금 제외…미국 공략해온 'K배터리' 기대감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 미국 사업 확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법안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 위해 에너지 안보 및 기후 변화 대응에 3천690억 달러(약 479조 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겼고, 전기차 확대를 위한 세액공제 확대와 요건이 포함됐다.
전기차 구매자에게는 최대 7천500달러(약 1천만원)의 세액공제가 부여되는데,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는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국인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 내 안정적인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배터리의 경우 2023년까지 구성요소의 50% 이상을 미국에서 생산된 것을 쓰도록 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7년부터는 이 기준을 80%까지 끌어올리도록 했고, 핵심광물은 미국산 비율을 2023년까지 40%를 시작으로 매년 10%포인트씩 올려 2027년부터는 80%에 도달하도록 했다.
법안이 시행되면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CATL을 비롯한 중국산 배터리는 미국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미국 내 생산시설을 공격적으로 확장해온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SK온, 삼성SDI[006400]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보조금 지급에 따른 시장 확대와 중국 경쟁사 견제로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이후 북미에서만 200GWh(기가와트시) 이상의 대규모 배터리 생산능력을 구축할 계획이며, SK온과 삼성SDI도 각각 포드, 스텔란티스와 합작사를 세우며 미국 내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하나증권 송전재 애널리스트는 "향후 전기차 업체들의 미국 내 배터리 수요는 현지 공급망을 구축 중인 한국 배터리 업체들로 집중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법안이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 핵심광물 사용까지도 전기차 세액공제 예외 대상으로 두고 있는 만큼,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원소재 공급망 다변화 등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북미 전기차 시장 확대로 배터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경쟁사 견제 효과도 있어 전체적으로 긍정적"이라며 "남은 법안 처리 과정을 주시하며 배터리 원소재 공급망 다변화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만 세액공제…현대차[005380] 발등에 불
이 법안이 시행되면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는 자동차업체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어 현대차와 기아의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를 전량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다른 전기차인 코나EV, GV60, 니로EV 등도 한국에서 만들어진다.
법안 시행으로 내년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면 내년 아이오닉6, EV9 등 신규 라인업을 투입해 미국 전기차 시장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계획은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아이오닉5와 EV6가 미국과 유럽에서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어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가 2025년 완공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공장에 더해 기존 앨라배마공장, 조지아공장에 추가로 전동화 생산라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현대차는 최근 전동화 생산라인이 구축된 앨라배마공장에서 오는 11월부터 GV70 전동화 모델을 생산할 예정이다. 기아는 현지 생산계획을 공개한 바 없지만, 내년부터 EV9이 조지아공장에서 생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생산을 앞당기지 않으면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칠 수 있어 결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하원은 7일(현지시간) 상원에서 통과된 이 법안을 이번주 중 처리하고 법안의 서명 및 공포를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낼 예정이다.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kc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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