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 9년 만에 초청…조성진·프린지 참가팀에 영국 언론 관심
'코리아하우스'로 한복, 한식 등 홍보…'한국의 밤'엔 유명 배우 등도 참석
(에든버러[스코틀랜드]=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공연 안내를 보고 왔는데 재미있어서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에 참여한 다른 한국 공연들도 다 보려고 해요"
8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섬머홀 극장에서 한국어와 영어가 섞인 연극을 보던 관객들은 키득이며 웃음을 참다못해 폭소를 터뜨리곤 했다.
소극장 연극 '메리, 크리스, 마쓰'에서 배우 한 명은 거의 우리 말로 연기를 했고 때로 자막이 등장했지만 감상에는 별 지장이 없어 보였다.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공연 관련 일을 하는 30대 여성 잇지씨는 "공연 목록에서 소개를 보고 궁금해서 왔는데 기대보다 재미있었고 많이 웃었다"며 "다른 한국 공연들도 다 보고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옆자리에 앉은 수염이 희끗희끗한 남성도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다가 결국 입꼬리가 올라갔다.
주영한국문화원은 올해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코리안 쇼케이스'를 주제로 7편 참가를 지원했다.
이 중 '메리, 크리스, 마쓰' 등 3편은 예술경영지원센터 공모로 선정된 작품 중에서 에든버러 프린지 참여 극장들이 흥행 가능성까지 고려해 직접 골랐다.
연출 겸 주연인 조예은씨는 "상황에 맞춰서 영어와 한국어를 함께 넣어 극을 재구성했는데 언어는 큰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한국에서보다 관객들의 반응이 더 적극적이고, 웃음이 나오는 지점이 달라서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동안 에든버러 프린지에는 언어 장벽 때문에 대사가 거의 없는 '넌버벌' 작품들이 주로 참가했고, 그러다 보니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제는 다른 방식의 도전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프린지 페스티벌에는 세계 각국에서 3천여개 팀이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성적은 초반 홍보와 이후 입소문 등으로 가려진다. 그러다 보니 후반부에는 관객이 거의 들지 않는 공연도 수두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날 에든버러 중심지 로열마일에선 수많은 공연팀이 전단을 돌리거나 아예 미니 공연을 하면서 호객을 했다. 공연은 관객들을 만족시킨다는 목표만 같을 뿐, 무형식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했다.
영국 노팅엄에서 온 페이씨는 자신이 출연하는 공연이 바로 근처 극장에서 곧 시작한다고 홍보하면서 소개하면서 "첫 프린지에 오늘 첫 공연이라 떨린다"고 말했다.
한국 팀들은 최근 한류 인기 덕을 보고 있다. 주영한국문화원 관계자는 "길에서 전단을 돌릴 때 한국 공연이라고 하면 호기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무용단 'BreAking' 팀은 영국 ITV의 아침 생방송 프로그램 '굿모닝 브리튼'에 소개되기도 했다.
같은 기간 펼쳐지는 클래식, 오페라, 정극 등 위주의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안무가 왕헌지(왕현정)의 왕 라미레즈 컴퍼니가 한국 예술인으로선 9년 만에 초청받았다.
스코틀랜드 대표 매체 스코츠만은 조성진 공연에 별점 5개 만점을 매겼다.
에든버러 인터내셔널과 프린지의 한국 공연에는 정부 지원이 들어갔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캐나다, 스위스, 덴마크, 일본, 대만 등 약 10개국이 자국 공연팀을 지원했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규모일 뿐 아니라 영미권 공연예술 분야 투자 자금이 몰리는 주요 시장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은 공연 팀이 자비를 들이고 직접 절차를 밟아서 프린지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에든버러 인터내셔널에도 공연팀 선정에서 정부 지원 여부는 꽤 주요한 고려사항이다.
한국은 에든버러 인터내셔널에 2011년 정명훈이 이끌던 서울시향, 안은미 무용단 등이 처음 초청받았고, 2013년 백남준 전시가 마지막이었다.
이정우 주영한국문화원장은 "정부가 지원하면 우리 공연인들이 현지 전문가 네트워크와 접촉해서 다음 기회를 모색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주영한국문화원이 8일 개최한 한국의 밤 행사에는 에든버러 페스티벌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2020년 골든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로 프린지 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피비 월러-브리지도 방문해서 한글로 이름이 적힌 부채를 받았다.
이번 축제 기간에는 다양한 한국 문화 홍보 행사도 펼쳐진다.
이정우 원장은 "한 달간 문화에 관심 있는 약 500만명이 에든버러를 찾으니 이때를 한국 문화 전반을 소개하는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복, 전통놀이, 한식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코리아하우스'가 운영되고 한국 여행 상품권 경품 행사, 에든버러 한국 워킹투어 등도 있다.
이 원장은 "내년에는 에든버러 인터내셔널에 6개 팀이 초청받는 것을 목표로 협의하고 있다"며 "수준 높은 행사에 초청되면 적은 비용을 지원하고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는 8월이면 도시 전체가 축제의 장이 되고 이때 개최되는 여러 축제들을 통칭해 에든버러 페스티벌이라고 부른다.
에든버러 인터내셔널은 1947년 2차 대전 후 문화 부흥과 예술을 통한 단합을 위해 조직됐고, 에든버러 프린지는 '주변부'(Fringe)에서 작은 단체들이 자생적으로 공연하며 시작됐다.
에든버러 인터내셔널은 아비뇽 페스티벌, 세르반티노 페스티벌 등과 함께 세계 4대 공연예술축제로 꼽힌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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