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분류 없는 신기술 제품도 신속 허가…세포배양 식품 나온다

입력 2022-08-11 10:00  

품목분류 없는 신기술 제품도 신속 허가…세포배양 식품 나온다
식약처,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 발표…"규제 과감히 폐지·완화"
디지털 헬스기기 '맞춤형' 분류제 도입·세포배양 식품 원료 등장 가능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김잔디 기자 = 그동안 어떠한 품목 분류에도 속하지 않아 허가심사 절차가 까다로웠던 신기술 적용 의료기기와 식품 원료 등이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품목 분류가 없는 '분류 외' 신기술 의료기기의 허가 신청이 접수되면 당국은 품목 신설 절차에 바로 돌입해 심사에 걸리는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세포배양 등 신기술을 적용한 식품이 등장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개선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1일 국내 식·의약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합리·불필요 규제를 과감히 폐지하고 완화하겠다며 이러한 내용의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발표했다.

◇ 디지털헬스기기 '맞춤형' 분류제 도입…의료분야 신산업 지원
올해 말 디지털헬스기기 등 기존 분류 체계에 속하지 않은 신기술 의료기기에 대한 '맞춤형' 분류제도가 도입된다.
신기술 또는 융복합 기술로 새롭게 개발된 의료기기의 경우 허가 신청 시 어떤 의료기기로 분류해 심사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데에만 장시간이 소요돼 신속한 제품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제품의 위해성, 사용 목적과 성능 등을 고려해 해당 의료기기를 '한시 품목'으로 분류한 뒤 허가 신청과 동시에 품목 신설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새로운 제품의 명확한 분류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신속한 상용화와 조기 시장 진입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식약처는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속해서 등장함에 따라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의 백신과 치료제를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지원책도 마련한다.
임상용 mRNA 백신의 원료 물질 기준을 완화하고, 변이 바이러스 특성을 고려한 임상 평가지표를 설정해 신속한 임상 지원을 돕겠다는 것이다. 임상 2·3상을 통합하거나 임상의 중간 결과를 반영해 일부 설계를 변경하는 등 방안도 허용할 방침이다.
진단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후향적 임상은 임상 기관 외에서도 수행할 수 있게 하고, 위해도가 낮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경우 식약처에 임상 계획을 신청할 필요 없이 임상 기관의 승인만으로 개발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국내 디지털헬스기기 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국제적 규제기준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국가 간 업무협약 체결로 관련 정보를 교류하고, 국내에서 개발된 디지털헬스기기 임상 평가 가이드라인이 국제기준에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신기술이 적용된 혁신적인 의약품의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시장에 신속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글로벌 혁신 제품 신속심사'(GIFT·Global Innovative Products on Fast Track) 제도를 마련한다. 개발 초기부터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하고 일부 자료는 시판 후에 제출하게 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 의약품 부작용 피해 지원 강화…대마 성분 의약품 제조·수입 허용
의약품 부작용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현재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사망보상금은 명백한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지급되나, 앞으로는 상당한 인과성이 인정되는 경우 환자의 상황까지 고려해 사망보상금을 차등 지급할 예정이다. 피해자가 의약품 부작용 외에 연령과 기저질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망에 이를 때에도 사망보상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해외에서 임상 중인 약물도 국내에서 치료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식약처는 대체 치료 수단이 없는 중증·희귀질환 환자 등이 임상용 의약품을 치료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치료목적 사용승인 제도를 운영하는데, 현재는 국내에서 승인된 임상용 의약품만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국내에서 임상 승인을 받지 않았더라도 해외에서 임상 중인 의약품이라면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신청할 수 있게 해 중증 환자의 치료 기회를 확대할 예정이다.
희귀·난치 질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와 국내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의료 목적으로 쓰는 대마 성분 의약품의 국내 제조와 수입도 허용된다.


◇ 내년 하반기 세포배양 식품 등장할 듯…소비기한 표시제는 1년 계도기간
내년 하반기부터는 세포배양 등 신기술을 적용한 식품 원료가 등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새로운 식품 원료를 사용하려면 한시적 기준·규격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지금은 농·축·수산물 등으로 인정 범위가 제한돼 있다. 식약처는 내년 6월까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신기술 적용 식품을 식품 원료로 인정하기로 했다.
또 미생물 활용 첨가물 등 식품첨가물 허용 범위를 확대해 대체단백질식품, 세포배양식품 등 신식품 개발을 촉진한다.
액상, 갤, 분말, 과립 형태로만 허용된 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은 무스, 쿠키 등 다양한 형태로도 만들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는 '소비기한 표시제'는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소비기한 표시제는 유통·판매를 허용하는 기간이 아니라 보관 조건을 준수했을 때 먹어도 안전에 이상 없는 최종 소비기한을 표시하는 제도다.
시행일에 맞춰 포장지를 변경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스티커 부착, 기존 포장지 폐기 등으로 인한 비용·환경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시행일부터 1년 동안은 이미 유통기한이 표시된 포장지를 소진할 수 있도록 했다.
제한된 면적에 깨알 같은 글씨로 많은 정보를 담아야 하는 식품표시 제도도 손본다. 필수정보를 제외한 정보는 QR코드로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세트 포장 제품은 개별 제품 표시가 있으면 외포장지에는 표시를 면제하기로 했다.
특정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식품에는 '무첨가', '프리(Free)' 표시·광고를 허용하기로 했다. 치즈, 버터 등에 소금을 첨가하지 않은 경우에는 '무가염'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일회용 수저, 컵, 빨대 등 위생용품에 대해서도 친환경·기능성 소재로 제조할 수 있도록 하고, 위생용품을 소분·재포장해 유통·판매하는 '위생용품소분업'을 신설해 영업자들의 부담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현재 페트(PET)로 제한된 식품 용기 재활용 허용 재질을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주방세제 등 위생용품도 샴푸, 섬유유연제처럼 덜어서 판매하는 '리필제품'으로 내놓을 수 있게 한다.

◇ 융복합 건강기능식품 제조 허용…소비자도 반려동물 음식점 동반출입 선택
아울러 식약처는 다양한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이 등장할 수 있도록 완제품을 소분 후 조합해서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고,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식품을 합한 융복합 건강기능식품 제조도 가능하게 관련 법과 기준을 개정할 예정이다.
천연·유기농 화장품 인증제도는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꿔 다양한 시장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음식점에서 반려동물과 동반인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동반 출입을 영업자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관광특구·관광숙박시설 지역에만 허용된 옥외 조리 영업은 주거지역과 관련 없고 화재 위험이 없는 장소라면 허용하기로 했다.
정육점은 직접 만든 돈가스 등 식육가공품을 최종 소비자뿐 아니라 일반음식점에도 판매할 수 있고, 제과점은 빵·과자 등을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집단급식소 등에 '당일 생산·당일 판매' 조건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또 기존에는 한 번 해동된 제품은 재냉동이 불가능했지만, 해동해야 소분할 수 있는 식품의 경우 품질·위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해동과 재냉동을 허용하기로 했다.
우유류 판매업자는 우유류뿐 아니라 포장육도 함께 보관·배달할 수 있게 된다. 반찬가게 등 냉장·냉동 시설을 갖춘 식품판매장은 별도 식육판매업 영업 신고를 하지 않아도 포장육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집단급식소 내에서 조리 음식을 도시락 포장 형태로 제공할 수 있게 하고, 식중독 조사를 위한 1회 분량 보존식에서 콜라, 에너지바 등 완제품 가공식품은 일부 제외하기로 했다. 또 조리장과 객석을 따로 설치할 수 있게 허용할 예정이다.
신규영업자가 사정상 식품위생교육을 받기 곤란한 경우 부여하는 유예기간은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영업 대표자 위주인 위생교육 이수 대상에서 유흥주점 영업 종업원은 제외하는 등 각종 교육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jand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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