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 정부가 시골 등 벽지에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보급하기 위해 세계 최고 갑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에 주기로 한 1조원 넘는 보조금을 취소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방송통신 규제기관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날 스페이스X에 주기로 했던 8억8천600만달러(약 1조1천억원)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FCC는 스페이스X에 대한 보조금 제공이 제한된 보조금을 최선의 방법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고 판단하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20년 12월 FCC는 인구가 희박해 사업성이 부족한 지방과 시골 소도시 거주민에게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스페이스X 등 180개 업체에 총 92억달러(약 11조9천억원)의 보조금을 주기로 잠정 결정한 바 있다.
스페이스X는 2020년대 중반까지 저궤도 소형위성 1만2천개를 쏘아 올려 지구 전역에서 이용 가능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구축하는 스타링크 사업에 이 자금을 쓸 예정이었다.
제시카 로즌워슬 FCC 위원장은 "스타링크 기술은 정말 유망하다"면서도 "여전히 개발 중인 소비자용 광대역 인터넷 기술에 2032년까지 보편적 서비스 기금에서 9억 달러 가까운 공적 보조금을 지급할지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게다가 스타링크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사용자가 600달러(약 78만원)짜리 접시형 안테나도 구매해야 하는 등 추가 지출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약속한 인터넷 속도를 낼 수 없거나 프로그램상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 같은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 사이 스타링크 인터넷의 업로드 속도가 20Mbps 아래로 저하되는 등 속도가 떨어졌다는 게 FCC 지적이다.
게다가 시골 지역의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은 그동안 스페이스X가 보조금 없이도 사업을 진행 중이고 서비스 범위가 시골 지역에 국한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들어 보조금을 취소하도록 FCC에 요구해왔다.
소비자 권익단체들도 스페이스X가 당초 스타링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35개주 64만여개 지점 가운데 사업 목적과 맞지 않는 대도시 뉴욕 일부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공항 등도 있다고 비판해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스페이스X는 당국의 이번 결정에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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