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일시 체류에 합의…정치적 망명 의도 없어"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반정부 시위대에 쫓겨 해외로 도피한 후 사임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스리랑카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태국으로 거처를 옮겼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는 11일 오후(현지시간) 싱가포르를 떠난 라자팍사 전 스리랑카 대통령이 같은 날 태국 수도 방콕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전날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태국에서 임시 주거지를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태국 외교부는 라자팍사 전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망명 의도가 없으며 외교 여권을 갖고 입국하는 것에 대해 문제 삼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해당 여권으로는 태국에 90일간 머무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도 전날 "이것은 인도주의적 이슈로 일시 체류라는 점에 대해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태국에 머무는 동안 어떤 정치적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지난달 9일 반정부 시위대가 수도 콜롬보의 대통령 집무동과 관저로 몰려들자 급히 군기지로 몸을 피한 후 해외로 도피했다.
그는 몰디브를 거쳐 싱가포르로 이동했으며 지난달 14일 국회의장에게 사임계를 이메일로 보내 다음날 수리됐다.
그의 사임 후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국회에서 신임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현재 인권단체 '국제 진실과 정의 프로젝트'(ITJP)에 의해 전범 혐의로 싱가포르 법무부에 형사 고발된 상태다. 과거 국방부 차관 시절 타밀족 반군과의 내전 종식 과정에서 반인권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다.
스리랑카에선 1983년부터 2009년까지 싱할라족 불교도 주축 정부와 힌두교도인 타밀족 반군 간 내전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군이 4만5천여명의 타밀족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고타바야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제기되는 내전 범죄와 인권침해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해왔다.
한편, 지난달 말에는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조만간 스리랑카로 귀국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지나친 감세 등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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