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한 달 만에 7.4% 올라…기준금리 9.5%P 대폭 인상 '비상처방'
연말엔 100%대 물가상승 예상…"돈을 써야 돈을 잃지 않는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의 고삐 풀린 물가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1년 전보다 71% 급등했다고 밝혔다.
1992년 1월(76%)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연 상승률이라고 현지 매체 인포바에는 설명했다.
7월 한 달 사이에만 7.4% 급등해, 월간 기준으로는 2002년 4월 이후 최고치다.
이날 통계청의 물가 발표가 나오기 직전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69.5%로 인상했다. 한꺼번에 9.5%포인트를 올린 것으로, 인상 폭은 3년 만에 최대다.
남미 아르헨티나에서는 이미 지난 수년간 연 두 자릿수의 물가 급등이 이어져 왔다.
경제 구조 자체의 문제가 누적돼 왔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글로벌 악재가 더해진 데다 한 달 만에 경제장관이 두 번이나 교체되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지난달 초 마르틴 구스만 전 경제장관이 전격 사임하고, 후임 실비나 바타키스 전 장관도 혼란을 잠재우지 못하면서 암시장 달러 가격이 크게 뛰었고 이것이 고스란히 물가에 반영됐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 정도는 더 심각하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아파트 관리인인 카를로스(40)는 연합뉴스에 "통계청의 물가상승률 발표는 믿을 수가 없다. 생필품 가격이 한 달 사이 20% 이상 오른 것 같다"며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도 문제지만 터무니없이 가격을 올리는 기업들도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월 상승률로만 보면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있는 남미 베네수엘라보다 아르헨티나의 물가가 더 올랐다.
베네수엘라 민간 경제단체가 이달 초 발표한 7월 한 달 물가 상승률은 5.3%였다. 연간으로는 139%에 달한다.
계속되는 물가 상승에 아르헨티나에선 "돈을 써야 돈을 잃지 않는다"는 이상한 소비 패턴이 자리 잡았다.
아르헨티나 경제학자인 에두아르도 레비 예야티 미 하버드대 초빙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페소화로는 차라리 여행을 가거나, 집을 고치거나, 물건을 사는 게 낫다"며 "그렇지 않고 은행에 넣어놓으면 돈을 매일 잃는 느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달 초 취임한 세르히오 마사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화폐 발행 확대를 멈추겠다며 강경한 인플레이션 대처 의지를 밝혔지만, 연말에 세 자릿수 물가 상승률은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남미경제연구재단(FIEL)은 연말 기준 연간 물가 상승률을 112.5%로 예측했으며, 도밍고 카발로 전 경제장관도 최근 현지 매체 페르필과의 인터뷰에서 연 100%대 물가 상승은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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