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 강조하고 IS 비난한 '온건파' 겨냥…의족에 폭탄 숨겨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에서 각종 테러를 일으키며 집권 세력 탈레반과 대립 중인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국가(IS)가 이번엔 탈레반 고위성직자를 자살폭탄 공격으로 숨지게 했다.
12일(현지시간) 하아마통신 등 아프간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 고위성직자 셰이크 라히물라 하카니가 전날 수도 카불의 마드라사(이슬람 학교)에서 자폭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빌랄 카리미 탈레반 정부 대변인은 비겁한 적이 실행한 공격에 의해 하카니가 사망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 외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른 탈레반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의족에 폭탄을 숨긴 자폭범에 의해 이뤄졌다.
이후 IS가 자체 선전 매체를 통해 공격의 배후를 자처하고 나섰다.
하카니는 탈레반의 고위성직자 중에서도 온건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여성에 대한 교육·취업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IS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비난해왔다.
이같은 이유 등으로 인해 그는 그간 여러 차례 암살 시도에 노출되기도 했다.
IS와 탈레반은 같은 이슬람 수니파지만 서로 매우 적대적이다. IS는 미국과 시아파 등을 대하는 탈레반의 태도가 온건하다고 비난하는 등 더 극단적이다.
특히 IS는 탈레반이 지난해 8월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현지 지부격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을 통해 테러 공세를 강화했다.
지난해 8월 26일에는 카불 국제공항 자폭 테러로 18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후 같은 해 10월에도 쿤두즈와 칸다하르의 시아파 모스크에서 잇따라 자폭 테러를 감행, 100명 이상을 숨지게 했다.
올해도 지난 5월 카불과 북부 대도시 마자르-이-샤리프에서 연쇄 폭탄 공격을 감행, 15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등 연일 테러를 벌이고 있다.
이에 탈레반은 IS-K의 은신처를 급습하는 등 대대적인 토벌 작전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탈레반의 노력과 달리 IS-K 축출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최근 러시아 정부는 탈레반 집권 후 2천명 수준이던 IS-K 대원 수가 최근 6천명으로 3배가량 불어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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