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숲 가꾸기 열풍에 목장 사라지는 뉴질랜드

입력 2022-08-12 11:56  

탄소배출권 숲 가꾸기 열풍에 목장 사라지는 뉴질랜드
'탄소 농업' 돈벌이 되자 숲 조성용 목초지 거래 폭증
일자리·축산 수출 약화 우려…"토지 이용의 거대한 변화"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뉴질랜드의 대표적 풍경인 양 떼가 뛰어노는 탁 트인 목초지가 아이러니하게도 친환경 정책 때문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질랜드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나무를 심는 임업인에게 탄소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는데, 배출권 가격이 급등하자 자본가들이 너도나도 목장을 사들여 숲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탄소 농업'은 뉴질랜드의 핵심적인 기후 정책이다.
탄소 배출 기업은 대기로 내뿜은 탄소를 상쇄하기 위해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산림 소유자들이 주로 배출권을 판매한다.
산림이 대기에서 흡수하는 탄소의 양만큼 이윤을 볼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뉴질랜드는 임업을 통해 탄소 배출량의 100%를 상쇄할 수 있도록 했는데, 산림의 활용을 이처럼 극대화한 정책을 펼친 국가는 세계에서 뉴질랜드가 유일하다.
하지만 탄소배출권 가격이 지난 3년간 3배나 폭등하자 축산 목초지를 임업지로 바꾸려는 현상이 뉴질랜드 전역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에 임업용으로 판매된 농장 부지는 1만 에이커였(4천만㎡)으나 2년 후에는 9만 에이커(3억6천400만㎡)로 폭증했다.
이들 농장 부지 상당수는 호주, 말레이시아, 미국 등 외국의 구매자에게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용도 전환 열풍에 목초지의 가격도 급등했다.
뉴질랜드 북섬에서 면적이 4천 에이커(1천600만㎡)에 달하는 목장을 운영했던 존 힌드럽(67)은 2013년 180만 뉴질랜드달러(약 15억원)에 매입한 목장을 최근 1천300만 뉴질랜드달러(약 109억)에 매각했다. 10년도 안 돼 땅값이 7배 이상 뛴 것이다.
양과 소를 기르는 농장의 1에이커당 연간 수익은 160뉴질랜드달러(13만원)인데 반해 탄소 농지 수입은 그보다 훨씬 많은 1천 뉴질랜드달러(84만원) 이상이다.
탄소 감축 활동 수행으로 발급되는 '크레딧'은 현재 1개당 80뉴질랜드달러(약 7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오클랜드 공과대학의 기후변화 정책연구원인 데이비드 홀은 크레딧 가격은 몇 년 내로 100뉴질랜드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있지만, 탄소 중립을 위해서라면 200뉴질랜드달러가 돼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탄소 배출권 제도 때문에 양·소 목장이 줄어드는 현상은 뉴질랜드 농업 부문의 일자리 감소와 최대 수출산업인 축산업을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목초지에 일단 나무를 심으면 땅의 용도가 수십 년간 고정되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법상 탄소 농업지에서는 28년간 나무를 기른 후 벌목할 수 있다.
링컨대 농업·식품 시스템 분야 명예교수인 키스 우드퍼드는 "우리는 지난 100년간 목격하지 못한 토지 이용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며 "이것은 토지 사용에 있어 거대한 변화인데, 우리가 원하는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ithwi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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