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계 반대 속 논란 이어져…두테르테 전 대통령도 지지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국민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에서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법안이 상원에 제출됐다.
12일 일간 필리핀 스타와 외신에 따르면 결혼과 상속, 입양 등에 관한 권리를 동성 커플에게도 주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액션배우 출신인 로빈 파딜라 상원의원이 지난달 제출한 사실이 전날 공개됐다.
파딜라 의원은 "필리핀이 동성 커플에게도 편견 없이 평등한 권리를 부여하고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에 접근하도록 할 때가 됐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필리핀은 전체 인구 1억1천만명 중 약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로 추산된다.
가톨릭 교리에서 결혼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 이뤄지는 것으로, 동성 결합 또는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다.
교황청은 동성 결합을 인정하거나 옹호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왔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동성애자의 인간적 권리가 침해돼선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동성 결합 및 결혼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동성 결혼 합법화를 위한 첫발을 뗐지만, 법안 통과까지는 여러 관문을 넘어야 한다.
파딜라 의원의 법안은 상원 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야 하고, 하원과 대통령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
아시아 최대의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서는 동성 결혼에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61%가 동성 결혼 합법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동성 결혼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확대되는 등 최근 동성 결혼 합법화 논의가 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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