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류 게임장르 MMORPG의 특성상 공정성 훼손 심각
이상헌 민주당 의원, 프로모션 유튜버 게임 계정 표시 의무화 제안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다른 경쟁 유저들을 죽이고 '아니꼬우면 돈 더 쓰라'며 조롱하던 랭킹 상위권 유튜버가 게임사와 수시로 연락하며 프로모션을 받았다니, 배신감이 들 수밖에요"(엔씨소프트 앞 '트럭 시위' 주최자)
엔씨소프트의 게임 '리니지2M'에서 불붙은 게임사들의 유튜버 프로모션(광고료 지급) 논란이 쉽사리 진화되지 않고 있다.
게이머들과 게임업체들은 물론이고, 정치권까지 이슈에 주목하고 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지난 8일 자료를 내고 게임사들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프로모션을 받는 유튜버의 계정을 알 수 있도록 표시토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상헌 의원은 "유저들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는 경우 확률형 아이템 법적규제 사례처럼 프로모션 계정 규제 논의를 시작하게 될 수밖에 없다"며 게임 업계에 선제적 조치를 촉구했다.
◇ 게임사별 유튜버 프로모션 현황 알아보니
연합뉴스는 13일 국내 앱 마켓에서 상위권에 든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국내 6개 주요 게임사(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웹젠·위메이드·카카오게임즈)에 유튜버 프로모션 진행 여부와 방식을 공식 질의했다.
유튜버 프로모션 논란을 촉발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리니지W·블레이드 앤 소울 2에서 인터넷 방송인을 활용한 광고료 지급 방식의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이용자들의 의견을 경청해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서비스하는 카카오게임즈[293490]는 일부 유튜버들을 '오딘 파트너 크리에이터단'으로 모집해 활동비를 지급하고, 초보 이용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콘텐츠를 제작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수의 MMORPG 게임을 운영하는 넥슨과 넷마블[251270]은 신작 출시나 주요 업데이트에 맞춰 뷰티·패션·식품업계 등에서 활용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캠페인만 일회성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 넥슨은 이달 25일 출시 예정인 '히트2'에 이용자가 직접 좋아하는 유튜버를 지정하고, 게임 결제시 일정액을 해당 유튜버에게 후원하는 '크리에이터 후원 프로그램'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뮤', 'R2' 등을 서비스하는 웹젠[069080]은 유튜버 프로모션을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르4', '미르M' 등을 운영하는 위메이드[112040]는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 고객들의 신뢰 훼손하는 게임 유튜버 프로모션
게임의 유튜버 프로모션이 우리나라에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국내에서 주류 장르라고 할 수 있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비즈니스모델(BM)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게임 발매 초기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를 동원해 마케팅하는 일은 해외에서도 흔하며, 또 개인의 실력 자체가 중요한 게임이나 싱글·협동 플레이 위주 게임이라면 유튜버가 게임사로부터 지원을 받더라도 다른 이용자들의 게임플레이 경험을 해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용자끼리 한정된 재화를 놓고 PvP(플레이어 간 전투)를 유도하며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MMORPG의 경우 이런 마케팅 기법은 다른 이용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며 불공정 시비를 불러온다. 게임 속 특정 이용자를 게임사가 '밀어줘서' 다른 게이머들에 비해 유리하도록 해 주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프로모션을 받는 유튜버가 광고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소위 '뒷광고' 게임 방송을 한다면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한다.
하지만 프로모션 자체를 법적으로 규제할 방안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강태욱(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게임사에 민형사상 책임을 물으려면 프로모션으로 게임 내 경제가 변동됐다거나, 다른 이용자들이 입은 재산상의 피해가 명확히 입증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게임사와 고객 간 신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게이머들이 실체가 없는 MMORPG 아이템에 기꺼이 돈을 쓰는 심리의 기저에는 게임사가 보장하는 '공정한 경쟁'에 대한 신뢰가 있다.
유튜버 프로모션이 당장의 게임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공정한 경쟁의 장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일인 셈이다.
게임사들이 이번 논란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자정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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