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지사 "살아 있고 필요한 처치 받아"…범인, 현장서 체포
이슬람 신성모독 논란으로 살해위협 받아…2016년 美 시민권 얻어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이슬람 신성모독 논란을 일으킨 소설 '악마의 시'로 유명한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75)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에서 강연 도중 흉기 피습을 당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루슈디는 이날 오전 셔터쿼 인스티튜션에서 열린 강연 도중 무대 위로 돌진한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려 쓰러졌다.
루슈디는 사건 직후 헬기에 실려 지역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범인은 현장에서 붙잡혔다고 경찰은 밝혔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루슈디가 살아있으며 "필요한 처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루슈디의 대변인인 앤드루 와일리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살만은 수술을 받고 있다"며 구체적인 상태는 밝히지 않았다.
범행 동기와 사용한 흉기가 무엇인지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인도 뭄바이(당시 봄베이)의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이주한 루슈디는 1988년 출간한 '악마의 시'로 이슬람 신성모독 논란에 휩싸였다.
이슬람권 국가들이 대부분 이 책을 금서로 지정한 것은 물론, 이듬해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이란 최고지도자로부터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았다. 호메이니가 무슬림들에게 루슈디는 물론 이 책의 출판에 관여한 누구라도 살해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파트와(이슬람 율법 해석)를 선포한 것이다.
이에 루슈디는 한동안 가명으로 숨어지내야 했고, 이 책의 일본어 번역가가 1991년 실제로 살해당했다.
이란 정부가 1998년 루슈디에 관한 파트와를 더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후에야 조금씩 공개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란 정부와 연계된 다수 단체가 여전히 루슈디의 목에 수백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고, 호메이니의 후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2017년 말까지도 '파트와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악마의 시' 외에 루슈디는 자신의 은신 생활에 대해 다룬 자전적 회고록과 소설 '미드나이트 칠드런'을 썼고, 내년 2월 새 소설 '빅토리 시티'를 출간할 계획이다.
이날 피습 직전 강연은 망명 작가와 예술가들의 피난처로서의 미국 역할에 관한 것이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루슈디는 2016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뉴욕시에서 거주해왔다.
루슈디 피습 사건에 그가 이끌던 표현의 자유 옹호단체인 '펜 아메리카'는 미국에 거주하는 작가에 대한 "전례없는 공격"이라며 "충격적이고 끔찍하다"고 비판했다.
뉴욕주를 지역구로 둔 척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도 성명을 내고 "발언과 생각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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