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정박 연기 요청했다가 16일 입항 허용으로 선회
인도, 군사 목적 선박이라 주장…중국이 운영권 쥔 함반토타항 군사기지화 우려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스리랑카가 인도의 반대에도 중국의 측량선 입항을 허용했다.
14일 스리랑카 데일리 미러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전날 스리랑카 정부는 중국 선박 '위안왕5'호가 오는 16일 스리랑카 함반토타항에 입항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스리랑카 항만 관계자는 스리랑카에서 남동쪽으로 1천㎞ 떨어진 곳에 있었던 위안왕5호가 현재 스리랑카를 향해 이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위안왕5호는 국제 해운·분석 사이트에서 연구·조사선으로 분류돼 있다.
중국도 이 배가 연구를 위한 측량선이며 연료 등 필요한 물품을 보충하기 위해 함반토타항에 들어가길 희망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는 위안왕5호가 군사적 목적의 선박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인민해방군 전략지원부대가 운용하고, 인공위성 탐지·추적용 첨단 장비를 갖춰 로켓은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도는 중국이 이번 위안왕5호의 정박을 통해 함반토타항을 사실상 군사 기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앞서 스리랑카 정부는 중국 자본을 이용해 스리랑카 남부에 함반토타항을 건설했으나, 14억달러(약 1조8천300억원)에 이르는 건설비를 상환하지 못했다.
결국 스리랑카 정부는 2017년 중국 국영 항만기업인 자오상쥐(招商局)에 99년 기한으로 항만 운영권을 넘겨준 상태다.
이를 놓고 인도는 중국이 함반토타항을 거점으로 삼아 인도양에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몇 년간 인도 주변 남아시아 항구 등을 잇달아 개발하는 이른바 '진주 목걸이'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으로 인도의 신경을 자극해왔다.
이 때문에 인도는 위안왕5호의 함반토타항 입항을 반대해왔고, 스리랑카 정부도 지난 8일 중국 측에 위안왕5호의 정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전날 다시 입항을 허가했다.
이에 대해 인도 외교부는 "인도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에 관련되는 모든 것을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며 "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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