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의 경기침체가 현실화한 가운데 중국인들이 최근 몇 개월 새 부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오랜 기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엄격히 시행하는 속에서 내수 부진과 부동산 시장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7월 청년 실업률은 20% 수준에 달했고, 중국 관리들조차 자국 정부의 올해 5.5%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달성이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들의 '각자도생' 의지가 부채 줄이기와 저축 늘리기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세계의 성장 엔진이라고 할 중국 경기가 식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가계의 은행 예금은 10조3천억 위안(약 1천981조8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거의 13% 증가했으며 이는 사상 최대 증가 폭이었다. 반면 이 기간 가계의 대출금은 약 8% 증가에 그쳐 2007년 이후 가장 낮았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도시 지역 가계 소득 증가율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감안할 때 1.9%에 불과했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10.7%와 큰 차이가 난다.
선진국과 견줘볼 때 사회 안전망이 크게 부족한 중국에선 저축률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성장 잠재력에 대한 확신과 내수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저축률이 10년 넘게 낮아져 왔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중국의 저축률은 2010년 가처분 소득의 40%에서 2019년 35%로, 5%P 떨어졌다.
이 시기에 중국 당국의 소비 지출 장려와 함께 소비자 대출 기업이 많이 늘어난 가운데 지출은 늘고 저축은 감소했다. 특히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쉽게 해줌으로써 부동산 붐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를 거치면서 흐름이 크게 바뀌었다.
무엇보다 부동산 투기 거품을 우려한 중국 당국이 단속의 고삐를 죄면서 작년부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작년 말 파산 위기에 처하면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
이런 유동성 위기는 아파트 등의 개발사업을 잇달아 좌초시켰고 수분양자들의 부동산담보대출(모기지) 상환 거부 운동을 초래했으며, 이젠 금융 위기로 번질 걸 우려하는 상황이 됐다.
중국 내 지출 감소는 다국적 기업과 거대 정보기술 기업의 매출 감소에서 확연하게 감지된다.
스타벅스는 2분기의 중국 매출이 44% 감소했다고 밝혔으며, 나이키도 2분기에 매출이 20% 줄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도 지난 2분기에 수익이 1% 줄었다.
익명을 요구한 상하이의 여성 사업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너무 많다"며 모기지로 사둔 아파트 4채의 상환금인 400만 위안(약 7억7천만 원)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사업체의 직원인 안나 루안은 팬데믹 기간에 저축에 집중했고 고향 창저우에도 주택 2채를 모기지로 샀다면서 "이제는 여분의 현금을 저축하고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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