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신병 2천명, 영국서 훈련 마치고 우크라 전선 복귀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지난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투입된 한 작전지역.
지휘관이 명령을 내지르자 전투복 차림의 우크라이나군 신병들이 수류탄 조각과 불타는 잔해가 널린 길가를 가로질렀다.
들것에 실린 부상자의 신음이 귓전을 때리는 전투 현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이 같은 장면은 우크라이나군이 실제 러시아 적군과 맞붙는 전선과는 동떨어진 영국에서 펼쳐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잉글랜드 남동부 켄트 지방에서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군 실전 훈련 모습을 현장 취재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전투는 영국군이 지휘한 모의 훈련 연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러시아와의 실제 시가전 모습을 반영해 현지 마을처럼 꾸며놓은 곳에서 진행됐다.
혹여 러시아군이 가족에 보복할까 두렵다며 '닉'이라는 별명으로 자신을 소개한 25살 우크라이나군 신병은 "이런 도심 지역에서의 훈련이야말로 우리가 필요로 했던 것"이라고 만족해했다.
지난 6월 보리스 존슨 총리의 제안 이후 영국은 닉과 같은 우크라이나군 신병과 간부를 대상으로 모의 전투를 비롯한 군사훈련을 제공해오고 있다.
영국에 모인 신병들은 18세에서 5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다. 3주 코스의 실전 훈련에는 전투 기술과 의료, 무기 사용법, 교전법규 등 내용이 포함된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실제 전선에서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다양한 형태의 AK47 소총을 받아들고 전투 연습에 임하고 있다.
차세대 경량 대전차 미사일(NLAWs)을 비롯해 러시아군 탱크와 장갑차를 저지할 수 있는 무기들도 다룰 기회가 주어지고, 다연장 로켓과 같은 복잡한 무기 사용법도 전수받는다.
이런 훈련은 러시아군의 침공을 받은 각 지역이 저항에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하는 데에 방점을 두고 설계됐으며, 현재까지 신병 2천 명이 영국에서 훈련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로 복귀했다고 한다.
여성 훈련병 스니자나(34)는 "우리는 점령군으로부터 도시들을 되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영국군 장교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런 전투를 경험했다"고 신뢰감을 보였다.
신병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훈련 감독을 맡은 크레이그 허튼 소령은 "이렇게 적극적이고 간절히 싸우고자 하는 이들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토목기사로 일하다 3주 전 군에 입대했다는 자카르는 "죽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내 자식과 손자들이 자유롭고, 번영하고, 독립된 나라에서 살기를 바란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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