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산 전기차 세액공제 제외에 현대차 고심…태양광 등은 수혜

입력 2022-08-17 19:19   수정 2022-08-17 22:06

美 한국산 전기차 세액공제 제외에 현대차 고심…태양광 등은 수혜
내연기관 집중시 전기차 시장 경쟁력 악화 우려
현대차, 2025년부터 미국서 전기차 본격 생산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최평천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함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시장 공략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현대차[005380] 아이오닉 5와 기아[000270] EV6가 미국 시장에서 선전 중인 가운데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여파로 판매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현대차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1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1~7월 미국에서 전년 대비 73.1% 증가한 3만9천484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현대차가 전년 대비 176.2% 증가한 1만8천328대를, 기아가 471.6% 늘어난 2만1천156대를 판매했다.
이중 아이오닉 5와 EV6가 각각 1만5천670대, EV6가 1만4천284대를 차지한다.
판매된 전기차 전량이 모두 한국에서 제작돼 수출된 차종으로 미국에서 현재 조립 중인 전기차는 없는 상태다.
기존에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경우 중고차에 최대 4천달러(약 526만원), 신차에 최대 7천500달러(약 985만원)의 세액 공제 혜택이 주어졌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으로 현대차그룹 차량 구매자들은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사안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고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취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크게 2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는 이번 법안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다른 내연기관 차량 판매에 집중하는 것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수익 차량 위주 판매로 전략을 집중하면 당장 수익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1~7월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 83만1천158대 중 전기차의 비중은 4.75%로 크지 않다.
다만 이럴 경우 미국 시장에서 급속하게 이뤄지는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추세에 따라가지 못하고 향후 입지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계획을 최근 발표했지만, 완공 후 양산 시점 목표가 2025년이다.
아이오닉 5나 EV6, 조만간 출시될 아이오닉 6나 내년 출시 예정인 EV9 등 주력 전기차를 미국에서 파는데 최소 3년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는 미국 현지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 계획을 앞당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대차는 올해 말부터 앨라배마 공장에서 GV70 전동화 모델을 생산하기 위해 생산 설비 전환 작업을 마무리했다. GV70 전동화 모델은 11월부터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생산 설비를 통해 GV70 전동화 모델뿐 아니라 다른 전기차도 생산이 가능할 수 있지만, 이 정도 설비로는 수년간 미국 내 전기차 수요를 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아이오닉 5와 EV6에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적용되기 때문에 해당 차종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시설 설치도 이뤄져야 한다.
추가적인 전기차 생산 설비 전환을 하더라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사이의 생산량 조정, 부품 수급 문제 등 선결해야 할 문제도 남아있다.
또 생산 설비 교체에 수개월이 걸리는 데다 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국내 노조를 설득하는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사실상 앨라배마 공장에서 올해 아이오닉 5나 EV6 생산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이 향후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더라도 중국산 배터리 탑재가 제한되는 점은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를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주로 국내 배터리 업체의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 배터리 업체와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기아는 이미 신형 니로 전기차에 CATL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매우 난처한 상황에 부닥친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반등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나 유럽 완성차 기업들도 세액 공제를 기존처럼 100%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는 일정 비율 이상 미국 등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해야 하는 등 추가 조건을 충족해야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나 캐나다 광물을 사용하는 비중이 테슬라를 제외하고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도 크지 않아 내년이면 대부분 완성차 브랜드들의 세액 공제 수준이 낮아질 것"이라며 "현대차가 전기차 생산 전환을 서두른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과 달리 국내 태양광·배터리 기업들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는 풍력·태양광 부문에 300억달러(약 39조4천5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화솔루션[009830]은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1.7GW(기가와트) 규모의 모듈 공장을 운영 중이다.
미국 내 생산시설을 공격적으로 확장해온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SK온, 삼성SDI[006400]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 경쟁사들이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반사 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p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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