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아이티로 흘러 들어가는 미국산 총기가 늘어나고 있어 가뜩이나 심각한 아이티의 치안 상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수사국(HSI)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플로리다에서 아이티 등 카리브해 국가로 불법 반입되는 무기들이 최근 몇 달 새 증가했다고 밝혔다.
앤서니 샐리스버리 HSI 요원은 "(밀반입) 무기의 수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불법 거래 총기의 종류나 구경도 심각하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아이티로의 총기 밀반입은 예전부터 있었으나, 최근엔 전에 볼 수 없었던 전쟁용 고(高)구경 무기들까지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 당국은 최근 적발해 압수된 무기들을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공개했는데 멕시코 마약 조직이 군 헬기 격추에 쓰기도 했던 미 배럿 사(社)의 50구경 총기 등도 포함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샐리스버리는 "잘못된 이들의 손에 들어가면 헤아릴 수 없는 파괴를 초래할 수 있는 무기들"이라며 "손쉽게 대량 살상이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이들 무기들은 주로 갱단과 연계된 대리인들이 정식 총포점에서 대량으로 구매한 뒤 해상 화물에 숨겨 아이티로 보낸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카리브해 빈국 아이티에선 지난해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의 정치·사회 혼란을 틈타 갱단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갱단 간의 세력 다툼으로 도시가 전쟁터로 면하면서 무고한 민간인 수백 명이 희생되는 일도 이어졌다.
아이티 치안이 악화하자 유엔은 지난 7월 아이티에 소형 무기 공급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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