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등 카불 상공서 저공비행…탱크·험비 등도 수리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재집권 1년을 맞아 노획 후 수리를 마친 항공기를 띄우며 군사력을 과시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 정부 군용기 여러 대가 이날 수도 카불 상공을 날았다.
한 대 이상의 비행기와 여러 대의 헬리콥터로 구성된 군용기들은 카불 공항 인근에서 저공 비행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비행한 군용기에 러시아산 공격용 헬리콥터 MI-24와 미국산 항공기 2대 이상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에나야툴라 호와라즈미 탈레반 정부 국방부 대변인은 "최근 헬리콥터 등을 수리했다"며 테스트 차원에서 저공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종류의 항공기를 테스트했다"며 하지만 구체적인 항공기 종류는 밝히지 않았다.
또 탈레반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기술팀이 최근 탱크 35대, 군용 지프 차량인 험비 15대 등을 수리했다고 밝혔다.
다만, 누가 기술 지원에 참여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탈레반은 미군이 철군하고 아프간 전 정부군이 무너지면서 남긴 많은 무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아프간군에 소총 35만여정, 기관총 6만4천여정, 유탄 발사기 2만5천여정, 험비 2만2천여대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아프간군에 추가로 제공된 험비는 3천여대, M4 소총는 3천500여정에 이른다. 여기에 여러 대의 항공기까지 제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은 2020년 말 보고서를 통해 "2002년부터 2017년까지 무기, 탄약, 차량, 항공기, 감시장비 등 280억달러 상당의 국방 물품과 서비스를 아프간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탈레반은 지난해 11월 카불에서 노획한 장갑차와 헬기 등을 동원해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펼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탈레반은 10만명 가량으로 추산되는 핵심 대원을 토대로 정규군 구축 작업을 진행했다. 탈레반은 이 과정에서 전 정부군 소속 조종사, 기술자 등도 흡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아프간을 통치했지만 9ㆍ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다가 미군의 침공을 받아 정권을 잃었다.
이후 탈레반은 세력을 더욱 확장했고 작년 8월15일 20년 만에 아프간을 재장악하는 데 성공했지만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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