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장도 못한일 한다"…튀르키예 중재외교 또 빛날까

입력 2022-08-18 17:57   수정 2022-08-1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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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장도 못한일 한다"…튀르키예 중재외교 또 빛날까
우크라전서 푸틴과 소통…곡물수출 합의 성사 주역
5일 푸틴 만난 뒤 18일 젤렌스키와 회담…평화협상 제안할 듯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튀르키예(터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중재자 역할을 포기하지 않음에 따라 평화협상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5일 러시아 소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 데 이어 18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모든 측면을 다룰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을 끝내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회담에 정통한 소식통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만난 후 우크라이나 방문은 우연이 아니라면서 튀르키예는 여전히 휴전협상을 기꺼이 열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도 만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는 러시아의 흑해 봉쇄로 막힌 곡물 수출길을 다시 열기로 지난달 22일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7일에는 항로 안전을 보장하고 관련 절차를 총괄하기 위한 공동조정센터(JCC)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개관했다.
지난 1일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에서 곡물을 실은 화물선이 출항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4척의 배가 식량을 싣고 수출길에 올랐다.
이처럼 튀르키예가 중재한 곡물 수출 합의가 실제로 이행되면서 이 합의가 평화협상 재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커지고 있다.
서방은 튀르키예가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챙기려한다고 의심하지만 우크라이나는 튀르키예의 중재에 기대가 크다.
국제정치 분석가 마이클 보시우르키우는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화협상을 절실히 원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대화 통로를 열어놓는 것을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유엔 사무총장도 하지 못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개전 나흘만인 2월 28일 1차 협상 테이블에 앉은 이래 5차에 걸쳐 평화협상을 벌였다.
3월 29일 튀르키예의 중재로 이스탄불에서 5차 협상이 열렸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4월 초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이 불거지면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4개월 넘게 대화가 중단됐지만 평화협상 가능성을 타진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전쟁이 길어지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피해가 불어나자 휴전과 평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제사회도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여파를 우려하며 휴전 논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러시아의 침략을 비난했지만 서방의 러시아 제재엔 동참하지 않았다. 자국산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수출하지만 옛소련제 무기는 제공을 거부했다.

튀르키예는 이런 '줄타기 행보'를 발판삼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 중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3월 10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최고위급 접촉인 외무장관 회담을 주선하는 등 외교력을 과시했다. '나토의 이단아'라는 힐난을 받기도 하지만 전쟁 상황에서 그 장점을 충분히 살리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또 에르도안 대통령은 4월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조속히 개최할 것을 제의했다.
그는 수시로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을 주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일부 나토 국가가 러시아를 약화하기 위해 평화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러시아군의 점진적 철수를 위해서는 그에 상응해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ongb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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