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구테흐스 '원전 비무장화' 공감…에르도안 "전쟁 궁극적으로 끝내야"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각종 현안을 놓고 해법을 모색했다.
우크라이나와 유엔은 포격이 잇따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시찰을 조속히 추진하는 데 공감했고,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의 전후 재건을 돕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를 찾은 구테흐스 총장과 에르도안 대통령을 연쇄적으로 만난 뒤 3자 회동을 했다고 AP·AFP·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구테흐스 총장이 우크라이나를 찾은 건 2번째이며 에르도안 대통령의 방문은 처음이다. 이번 회동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성사됐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구테흐스 총장은 최근 포격이 잇따른 자포리자 원전에 IAEA의 시찰단을 파견하는 계획에 합의했다.
우크라이나와 이 원전을 점령 중인 러시아가 포격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가운데 IAEA는 자칫 대규모 방사성 물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을 점검하고 보안 조치를 하기 위해 조속한 현지 시찰을 촉구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구테흐스 총장에게 원전 일대의 비무장화를 비롯해 IAEA의 시찰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구테흐스 총장 역시 "원전 일대를 순수 민간 인프라로 다시 조성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합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와 유엔이 이날 현지 시찰 방안에 공감했지만 러시아가 이를 공식 수용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가 자포리자 원전에 지속적으로 포격을 퍼붓고 있다는 종전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이런 일이 계속되면 원전을 폐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단된 평화협상 재개 가능성에 관해 "첫 번째로 그들은 우리 영토를 떠나야 하며 우리는 그다음에 상황을 볼 것"이라고 말해 러시아군의 철군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 있는 자국민에 유엔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포로가 된 우크라이나군과 의료 인력을 석방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을 구테흐스 총장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올리니우카 포로수용소 포격으로 53명의 사망자가 나온 사건과 관련해서는 "현지에서 사실관계를 조사할 기구를 만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사건에 관해서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도로와 교량 건설을 비롯한 우크라이나의 기반시설 재건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표시했다.
아울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회원국으로서 우크라이나 편에 있으며 전쟁을 궁극적으로 끝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데 주력해온 튀르키예는 최근 우크라이나 항구에서 곡물 수출을 재개하는 사업에도 유엔과 함께 중재 역할을 맡은 바 있다.
지난 2월 개전 후 러시아군에 의해 흑해 항구가 봉쇄되면서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길이 막혔고 이로 인해 세계 각국의 식량난이 가중하자 인도적 차원에서 수출 항로를 확보하는 타협안이 도출됐다. 튀르키예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첫 출항 이후로 우크라이나 항구를 떠난 곡물은 62만2천t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포리자 원전 등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우리는 걱정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체르노빌 사태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오늘 포로 교환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며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과 계속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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