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그린북 8월호 발간…"향후 수출회복세 제약 우려"
(세종=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정부가 최근 경제 상황을 두고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높은 물가 상승세에 소비 심리 등이 악영향을 받는 가운데 전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으로 향후 수출 회복세가 제약될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진단이다.
기획재정부는 19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대외여건 악화 등으로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경제 심리도 일부 영향을 받는 가운데 향후 수출회복세 제약 등 경기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지난 6월 그린북을 통해 경기둔화 우려를 밝힌 데 이어 석 달째 비슷한 진단이 이어졌다.
여전히 높은 물가 상승세가 소비 등을 제약하고 미국 등의 성장 둔화가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이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6.3%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집중호우로 농산물 작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다만 국제유가가 경기 침체 우려로 하락해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기대를 키웠다. 지난 7월 두바이유의 평균 가격은 배럴당 103.1달러로 6월(113.3달러)보다 하락했다.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수출이 재개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점도 긍정적이다.
정부는 추석이 지난 뒤 9월, 늦어도 10월 즈음에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9% 줄어 4개월째 감소했다. 소매판매의 4개월 연속 감소는 1997년 10월∼1998년 1월 이후 24년 5개월 만이다.
정부는 7월 소매판매의 경우 백화점 매출액, 카드 국내 승인액 등이 긍정적 요인이지만 소비자심리지수 하락 등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7월 백화점 매출액은 1년 전보다 26.0%, 카드 국내 승인액은 15.5% 각각 증가했다.
반면 소비자심리지수는 한 달 전보다 10.4포인트 하락한 86.0으로 2020년 9월(80.9) 이후 처음으로 90을 하회했다.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장기평균(2003∼2021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7월 수출은 1년 전보다 9.2% 증가해 두 달 연속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가 두 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대외 여건의 악화는 수출에 부정적이다.
기재부 이승한 경제분석과장은 "미국의 강도 높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6%대로 진입한 물가상승률이 가계의 소비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며 "7월 소비자심리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데에는 표본 개편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작용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 전망에 대해서는 "미국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해서 앞으로 대미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중국 경제는 하반기부터 코로나19 방역 규제의 완화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7월 소매판매나 산업활동지수가 시장 예상보다 굉장히 부진해서 대중 수출의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반도체 가격의 단가도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 이런 부분을 예의주시하면서 수출에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영향을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6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6% 늘며 두 달째 증가세를 보였다. 광공업생산(1.9%)이 전산업 생산의 증가를 견인했다. 반도체 수급 차질 문제의 완화로 반도체(4.2%), 자동차(7.4%) 등의 생산이 늘어난 결과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장비가 일부 들어오면서 전월보다 4.1% 증가했다.
7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82만6천명 늘며 증가세를 유지했다.
정부는 "추석민생·호우피해 복구 등 민생·물가 안정에 총력 대응하겠다"며 "민간 경제활력 제고와 리스크 관리 노력을 강화하고 부문별 구조 개혁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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