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19일 공격하고 누명 씌울 것", 우크라 "러, 자작극" 주장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단일 단지로는 유럽 최대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를 둘러싸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양측이 최근들어 원전을 이용한 상대방의 '권모술수'를 경고하면서다.
러시아가 침략 초기인 3월 장악한 이 원전은 이번 전쟁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핫스폿'이다. 의도적이든, 오폭이든 군사충돌 과정에서 이 원전이 공격받아 시설이 파괴라도 된다면 체르노빌 사태와 같은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이 벌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구체적인 공격 날짜를 19일(현지시간)로 '예고'하며 긴장을 끌어올렸다.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우크라이나가 유엔 사무총장의 방문에 맞춰 자포리자 원전에서 도발을 준비중"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전술부대가 자포리자에 방사능 측정 초소를 설치하고 제독 훈련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전에서 재앙을 일으켜놓고 우리군을 비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우크라이나가 도발하는 궁극적 목적은 (방사능 오염으로) 원전 주변 30㎞을 출입금지 구역으로 만들고 이 지역에 외국 군대와 사찰단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라며 "그러면서 러시아군에 핵테러 책임을 씌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어느 한쪽의 군사적 공격으로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된다면 공격을 가한 쪽은 회생 불능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정반대 주장이 나왔다.
안드리 유소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 대변인은 전날 "원전 직원 대다수에게 19일에 출근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졌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미 NBC 방송에 밝혔다.
그는 이 지침이 원전에 파견된 러시아 인력에 내려진 것이라면서 러시아가 원전에서 '대규모 도발'을 계획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당국도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에서 러시아군이 원전에 뜻밖의 휴무 지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가 원전 포격에 이어 긴장 수위를 높이고 테러 공격을 계획 중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로를 지목하긴 했지만, 양측 모두 같은 날을 지목한 것이다.
자포리자 원전 주변에서는 이번달들어 정체를 알 수 없는 크고 작은 포격이 잇따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이를 두고 상대방이 공격 주체라며 책임 공방을 벌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이 원전에 포를 쐈다고 주장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원전을 '인질'삼아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압박하려는 러시아의 자작극이라고 본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을 병력과 장비 보호를 위한 방패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막고, 야간에 병력이 쉬는 등의 전략적 용도로 자포리자 원전을 사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방은 러시아가 원전에 대규모 부대와 중화기를 배치했다고 파악하지만 러시아는 이를 강하게 부인한다. 러시아가 실제 어느정도 규모의 병력과 화력을 주둔시켰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여전히 가동 중인 원전이 전장의 한복판에 놓이자 국제사회 움직임도 긴박해졌다.
1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총장은 자포리자 원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시찰단을 파견하는 계획에 합의했다.
한국을 포함한 미국, 유럽연합(EU) 등 42개국은 원전을 장악한 러시아에 군병력 철수와 함께 운영권을 반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sh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