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제조범 우마르 파텍, 독립기념일 감형받아 가석방 도래
당시 테러로 호주인 가장 많은 88명 사망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 테러 20주년을 앞두고 테러 주범 중 한 명인 우마르 파텍의 가석방이 예고되자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호주의 총리가 인도네시아 정부에 정식으로 우려를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19일 인도네시아 일간 콤파스와 호주 디오스트레일리안 등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17일 독립 77주년을 맞아 1만6천659명의 수감자를 감형했다.
이번 감형에 파텍도 혜택을 받아 그의 형량은 5개월 줄었다. 문제는 이번 감형으로 이달 중 그의 전체 수감 기간의 3분의 2가 도래해 가석방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파텍은 발리 폭탄 테러에 사용된 폭탄을 제조한 주범으로 2012년 6월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18개월 감형받아 내년 1월이면 가석방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독립기념일에 추가 감형받으면서 가석방 조건을 갖추게 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이달 중 그를 가석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동부자와 인권법무부 지방청장 자에로지는 그가 수감생활을 성실히 했고, 앞으로 인도네시아 법을 준수하기로 맹세했다며 "이번 감형은 신중히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가 가석방을 기다리고 있으며 정식으로 가석방이 결정되면 풀려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인도네시아 정부에 공식적으로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파텍의 석방이 테러 희생자의 가족과 친구들의 트라우마를 가중할 것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힘든 시간을 보낼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2002년 10월 12일 인도네시아 휴양지 발리의 나이트클럽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하면서 202명이 숨지고 209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대부분 관광객이었으며 호주인이 88명으로 가장 많았고, 인도네시아인은 38명이었다.
파텍은 동남아시아 이슬람 통합국가를 건설하겠다며 결성된 동남아 이슬람원리주의 연합단체 제마 이슬라미야의 핵심 조직원으로 발리 폭탄 테러와 19명이 숨진 2000년 크리스마스이브 폭탄 테러에 사용된 폭탄을 제조했다.
또 사전에 테러를 모의한 테러 주범 중 한 명이다.
그는 테러 이후 파키스탄에 숨어 있다 2011년 1월 체포돼 그해 인도네시아로 송환됐다.
인도네시아 법정에서 사형 선고가 유력했지만, 수사관들에게 협조하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면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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