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지난 2일 윤덕민 주일본 한국대사는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을 예방했다.
윤 대사는 예방을 마치고 일본 교도통신에 "서로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라며 대사 취임 직후 하야시 외무상과의 면담 취지를 일본어로 설명했다.
윤 대사가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취재에 응한 것은 당시 현장에 일본 매체만 있고 한국 매체는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 언론이 파견한 도쿄특파원들이 취재를 위해 일본 외무성에 가지 못한 것은 주일대사관이 일정 공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임자인 강창일 전 대사 때 한일관계 악화 영향으로 무산된 주일대사의 부임 직후 외무상 면담이 이번에는 성사됐는데도 일정을 특파원들에게 알려주지 않은 이유는 일본 측이 비공개를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대사관 측은 설명했다.
일본 외무성이 공식적으로 일정을 공지하지 않아도 외무성에 상주하는 일본 매체는 윤 대사의 하야시 외무상 예방 일정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비상주 한국 매체는 알 길이 없어 현장 취재를 하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일본 측의 비공개 요청을 한국 측이 수용해 일정이 공지되지 않고, 이로 인해 한국 매체가 취재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하순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 측 인사를 만나는 일정 중 한국 매체 특파원들에게 사전 공지된 일정은 한일 외교장관 회담뿐이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 예방과 일한의원연맹 및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면담 등 많은 일정이 공지되지 않았다.
특히, 관심이 쏠렸던 박 장관의 기시다 총리 예방이 비공개 일정이어서 한국 매체는 현장 취재에 어려움을 겪었다.
예컨대 한국 방송 풀 취재단은 총리관저에 카메라 취재 신청을 했지만, 총리관저 관계자는 "그런 일정이 없다"라거나 "카메라 취재 대상이 아니다"라며 거부했다고 한다.
반면 당일 총리관저에 상주하는 일본 주요 방송사들은 박 장관 일행의 총리관저 출입 장면 등을 촬영해 보도할 수 있었다.
외교부 측은 일본 측이 비공개를 요청했기 때문에 일정을 사전에 공식적으로 알릴 수 없었다고 사후 브리핑 자리에서 도쿄특파원들에게 설명했다.
한국 측이 일본 측의 일정 비공개를 수용해 일정 파악 및 기관 출입에 유리한 일본 상주 매체만 현장 취재를 하게 되고 한국 매체는 취재하지 못하는 사례는 지난 정부 때도 있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경향은 한일관계 개선을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더 심해졌다.
작년 2월 당시 강 대사의 부임 직후 외무성 사무차관 면담 때는 특파원단에 일정이 사전 공지됐지만, 이번 윤 대사의 외무상 면담 일정은 공지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일정을 언론에 사전에 공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사후 설명을 듣고 보도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측의 지나친 비공개 요청에 대해서는 한국 측이 '한국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언론에 공개하자고 당당히 주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ho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