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질서 확립" 명분…오르테가 정권·가톨릭계 갈등 심화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정부와 가톨릭 간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을 보이는 중미 니카라과에서 경찰이 다니엘 오르테가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던 성직자를 강제 구금했다.
19일(현지시간) 니카라과 현지 언론 라프렌사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새벽 니카라과 마타갈파 시내에 있는 롤란도 호세 알바레스 주교 주거지에 공권력을 투입해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
알바레스 주교는 수도 마나과로 이송돼 모처에 구금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구체적인 혐의를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폭력행위 조장'과 '대중을 향한 증오 행위 선동'이 구금 사유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경찰은 성명을 통해 "마타갈파 주교회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며칠 동안 인내심과 책임감을 느끼고 기다렸다"며 "공공질서 확립을 위한 작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러면서 알바레스 주교가 현재 가족과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날 아침 레오폴도 브레네스 니카라과 추기경과도 오랜 시간 면담을 했다고 덧붙였다.
인구의 절반이 가톨릭 신자인 니카라과에서 정부 당국과 성직자 간 긴장이 고조된 것은 4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니카라과 정부는 장기 집권 중인 오르테가 대통령을 비판하는 반(反)정부 시위가 갈수록 격화하던 2018년께부터 경찰을 동원해 시위대 탄압을 본격화했다.
이런 가운데 가톨릭계는 시위자를 성당에 피신시키거나 정치범 석방을 위해 중재 노력을 해왔고, 오르테가 정부의 권위주의적 행보에 대해서도 앞장서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에 오르테가 정부는 지난 3월 니카라과 주재 교황청 대사를 돌연 추방했고, 6월엔 자선활동을 벌이던 수녀회를 폐쇄했다.
최근엔 마타갈파 시 가톨릭 라디오 방송 7곳을 강제로 닫게 한 데 이어 방송을 책임지던 롤란도 호세 알바레스 주교를 수사 대상으로 삼고 주거지 주변을 며칠간 포위한 바 있다.
경찰은 알바레스 주교와 함께 있던 다른 종교인들 역시 마나과로 이송해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사 대상이 몇 명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니카라과 인권위원회 소속 파블로 쿠에바스 변호사는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라면서도 "경찰에서 자의적인 판단으로 알바레스 주교를 구금했다"고 비판했다.
AP통신은 이번 사태에 대해 바티칸 교황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일부 중남미 인권운동가 사이에 바티칸에 대해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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