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율법 틀 내 추진…'정상국가' 인정 위한 포석인 듯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인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최고지도자가 국제사회를 향해 또 유화 메시지를 내놨다.
19일(현지시간) 바크타르 통신 등 아프간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는 전날 남부 칸다하르에서 열린 정치·종교 지도자 회의에서 "우리는 국제사회와 교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들이 아프간에 투자할 수 있도록 여건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쿤드자다는 내각의 경제 위원회에 은행, 광물, 농업 등 모든 분야의 투자 환경을 증진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국제사회와 교류는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아쿤드자다는 "샤리아가 허락하지 않으면 어떤 나라와도 교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지난달 초에는 "미국을 포함해 세계와 외교, 경제, 정치적으로 좋은 관계를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은둔의 지도자'로 불리는 아쿤드자다가 원수지간이나 다름없는 미국과 관계 개선을 언급한 것이나 교류와 투자 추진 의사를 밝힌 점은 매우 이례적이다.
아쿤드자다가 이런 '유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탈레반이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인정받고, 국제사회의 원조 확대를 겨냥한 포석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탈레반은 집권 직후에는 여성 인권 존중 등 유화책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다시 이슬람 질서 강화에 힘쓰는 분위기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도 거세지는 상황이다.
1996∼2001년 집권했던 탈레반은 9ㆍ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다가 미군의 침공을 받고 정권을 잃었다. 이후 오랜 내전 끝에 지난해 8월 20년 만에 재집권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등 서방의 제재와 해외 자금 동결 등으로 외화 유입이 막히자 아프간 화폐 가치가 하락했고 물가가 상승하는 등 안 그래도 허약했던 아프간 경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상태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