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30만명 부족…자격완화 뒷말 속 여야 격론의제로
교육장관 "근본적 해결 위해선 임금인상 등 처우 개선해야"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미국 일부 주가 교사 부족으로 자격 요건을 완화하자 미국 교육장관이 유감을 표하며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을 주문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겔 카도나 교육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간) CBS방송 시사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교사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사항은 교사 자격 기준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경쟁력 있는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도나 장관은 이 자리에서 더 많은 교사를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교사 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있는 애리조나 주 등의 조치는 "유감스러운 것"이라고 평가하며 "우리 학생들은 현재 더 적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배울 필요가 있다. 교사들의 어떤 자격 기준 완화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의 교원노동조합인 전미교육협회(NEA)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에서 부족한 교사와 교직원은 30만명에 달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원격 수업 부담, 물가 급등 시대에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등의 이유로 교단을 떠나는 직원들이 최근 늘어난 탓이다.
이런 까닭에 일부 주는 속속 교원 자격 요건 완화에 나서고 있다. 가령, 애리조나에서는 학사 학위 미소지자들에게도 교사 문호를 개방했고, 플로리다주는 자격증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교사 양성을 위한 교육 과정에 등록만 하면 재향 군인들에게도 공립학교에서 가르칠 기회를 주고 있다.
카도나 장관은 "우리가 교육자들에게 경쟁력 있는 임금과 더 나은 노동 환경을 제공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교육이 더 어렵고 교사 지원자가 더 적은 지역에서 교사 부족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NEA에 따르면, 작년 기준 미국 교사들의 평균 연봉은 6만7천507달러(약 9천만원)이지만, 지역과 경력, 학위 종류 등에 따라 미국에서 개별 교사들이 받는 임금은 천차만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도나 장관은 이어 교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주들은 연방 정부에서 지급받은 경기부양 기금을 사용해 퇴직 교사들을 고용하고, 다음 학기에 수업 주 수를 단축하는가 하면, 대학들과 협력해 교생들의 교실 배치를 앞당기는 방안 등의 대안을 찾을 것을 촉구했다.
카도나 장관은 "교사 부족 현상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보다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이는 교사에 대한 존경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언론들이 전국적인 교사 부족 사태를 앞다퉈 다루고 있지만, 교사 부족 문제는 미국에서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전국적인 현상이 아닌 학력 수준이 더 떨어지고, 더 가난한 일부 주에 국한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교육 성취도가 높고, 재원을 공공 교육에 투입하는 비율이 높은 뉴저지의 경우 작년에 부족한 교원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교육 성취도가 미국 50개 가운데 49위로 최하위권인 앨라배마주의 경우 필요한 교원 가운데 7%에 해당하는 약 3천명의 결원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특수교육 등의 교사 수는 크게 부족한 반면 체육 교사는 그다지 부족하지 않는 등 과목별 편차도 상당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일부 지역과 과목에 국한된 교원 부족 문제가 이처럼 전국적인 의제로 떠오른 것은 이 문제가 민주, 공화 양당 모두 부각하기 좋은 주제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통적으로 교육에 대한 투자를 중시하는 민주당은 공립 학교의 재원 부족 문제를 강조하기 위해 교원 부족 사태를 이용하고 있으며, 공화당 활동가들은 이번 사태를 전체적인 공교육 시스템의 실패 증거로 규정하며 규제 완화와 민영화 등을 주장하는 논리로 써먹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화당 소속 크리스 스누누 뉴햄프셔 주지사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규제와 자격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은 그것이 교사가 됐든, 제조업체가 됐든 모든 주에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교사 자격 요건 완화에 힘을 실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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