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사용환경 개선됐지만 배터리 소모는 늘어
"광고 차단 불법 아니냐"·"사이트 수익에 타격 심각" 논란·반발도
(서울=연합뉴스) 오규진 기자 = 한층 빨라진 인터넷 로딩 속도, 한결 가벼워진 사용 환경, 하지만 그만큼 늘어난 배터리 소모.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 사이 입소문을 탄 PC·모바일 광고 차단기 '유니콘 프로'를 기자가 사흘간 사용해본 총평이다.
2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프트웨어 제작사 유니콘소프트는 지난 16일 PC·안드로이드 버전 유니콘 프로를 정식으로 출시했다. 아이폰·아이패드 운영체제(iOS·아이패드OS)용과 맥 버전은 추후 지원할 예정이다.
유니콘소프트는 웹 브라우저 기반의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 '유니콘'과 HTTPS 차단 우회 접속 프로그램 '유니콘 HTTPS'를 운영하는 회사다.
유니콘 프로는 모든 인터넷 브라우저와 애플리케이션에서 광고, 피싱(통신을 통한 금융사기) 사이트, 검색정보 수집기 등을 차단한다.
이용자들은 필터링 로그에서 유니콘 프로의 광고 차단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유니콘소프트는 광고 차단이나 개인정보 보호, 성인 광고·피싱 사이트 같은 사이버 위협 차단 건수와 광고를 막아 절약한 데이터를 통계로 집계한 뒤 이용자들에게 제공한다.
광고 차단의 효과를 계량적으로 확인하게 해주는 셈이다.
◇ 하루 광고 1천500건 이상 차단…빠른 배터리 소모는 숙제
유니콘 프로를 활성화하자, 포털 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접속할 때마다 화면을 차지하고 내용을 가리던 배너 광고가 일소됐다.
모바일에서는 애플리케이션 광고가 없어졌고, PC에서는 영상 플랫폼 광고가 사라졌다.
지난 3일 동안 유니콘 프로는 기자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하루 평균 광고 1천900건을 차단했고, 데이터 14.37MB를 절약했다.
PC에서는 하루 평균 1천294건의 광고를 차단했고, 데이터 47.67MB를 절약했다.
권오남 유니콘소프트 대표는 "눈에 보이는 광고도 있지만, 화면 뒤에서 사용자 정보를 추적, 저장한 뒤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유니콘 프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광고까지 차단한다"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들이 지적한 것과 달리 인터넷 속도 저하는 눈에 띄지 않았다.
인터넷 속도 측정 사이트 '스피드테스트'에서 유니콘 프로를 활성화했을 때 다운로드 속도는 92.47Mbps, 업로드 속도는 97.47Mbps였다.
같은 환경에서 유니콘 프로 기능을 사용하지 않을 때(다운로드 속도 96.61Mbps·업로드 속도 99.67Mbps)와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광고에 따른 데이터 소모가 줄어, 페이지 로딩 시간이 앞당겨진 느낌이 들었다.
다만 배터리 소모는 생각보다 많았다.
모바일 기준으로 유니콘 프로의 백그라운드 사용 시간은 하루 평균 10시간 45분가량이었다. 3일간 전체 배터리 사용량의 5∼12%를 차지했다.
◇ '광고 차단, 불법 아니냐' 논란도…사이트 운영자는 "수익 감소 심각" 불만
광고 차단기 사용을 두고 이용자와 사이트 운영자 사이 공방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광고 차단이 불법 아니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광고 차단 프로그램 사용은 불법이 아니다.
대법원은 지난 2016년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화면 디자인, 구성 등을 바꾸는 프로그램이 포털의 광고 수익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해외의 경우 이용자들이 광고 노출 여부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2018년 일간지 빌트와 디벨트 등을 소유한 악셀 슈프링거가 광고 차단 프로그램 '애드블록 플러스' 개발사 아이오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애드블록 플러스를 사용할지에 대한 결정은 개발사가 아닌 인터넷 사용자에게 달려 있다고 봤다.
사이트 운영자들은 또 광고 차단으로 수익 감소가 심각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광고를 표시하는 다른 앱을 차단하거나 방해하는 앱을 '기기 및 네트워크 악용 정책' 위반 사례로 규정한다.
권 대표는 "유니콘 프로를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아니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배포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애드쉴드'처럼 차단된 광고를 다시 복구하는 솔루션을 도입하기도 한다.
다만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개인정보 수집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업계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애플이 지난해 4월 이용자 사생활 보호를 위해 '앱 추적 투명성'(ATT) 기능이 담긴 iOS를 업데이트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정보기술 업계 관계자는 "광고 차단기와 관련해서 따로 정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광고는 인지적인 요소가 강하다"면서 "무조건 광고를 보여준다고 그 효과가 높아진다고 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acd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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