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택공급 정책 방향 긍정 평가…반지하 건축 금지는 비판
연임성공 첫 협회장…협회 의무가입 이끌고 내달 건축사대회 개최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우리나라는 건축사의 자기 결정권이 박탈돼 있어요. 그러다 보니 건축사의 본업인 설계의 중요성이 많이 상실돼 있습니다."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협회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석 회장은 국내에서 건축사가 겪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관습과 제도에 관해 묻자 "가장 큰 문제는 건축사의 전문적 판단에 대한 인정과 이에 대한 책임 부분"이라며 "유럽이나 서구의 경우 설계에 대한 인허가 승인 절차가 건축사의 자기 결정권으로 진행된다"고 전했다.
예컨대 연면적 2천∼3천㎡ 정도는 건축사의 책임으로 인허가가 간소화돼야 하며, 이렇게 하면 공적자금이나 세금 지출도 줄일 수 있다고 석 회장은 강조했다.
이어 석 회장은 "건축법이 기형적으로 계속 증식하다 보니 현행 인허가 제도에서 일선 자치구의 법 해석이 제각각이라는 점도 문제"라며 "상위법인 건축법에 있음에도 비전공자인 일선 공무원의 자의적 해석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하는 황당함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허가 과정에서 건축사의 자기 결정권이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의적 위법 여부가 중요하다"며 "외국에서는 이에 대한 강력한 처벌로 법과 제도, 관습적으로 건축사에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건설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여전히 끊이질 않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도 석 회장은 건축사의 관점에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건축사가 현장에서 독립적인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건축사가 맡는 감리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될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진단했다.
가령 감리자가 현장에서 공사 중지 명령을 할 때 시공사에서 감리자를 법적으로 고발하거나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지나친 시장경제의 자유 경쟁으로 인해 감리자가 사실상 사업주에 종속된 갑을관계여서 현실적으로 건축사가 공공의 입장에서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적 모순이 있다고 석 회장은 지적했다.
석 회장은 "감리가 사업주로부터 독립될 수 있도록 계약 제도를 대폭 개정해야 한다"며 "전문성 있는 감리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중대재해 사고가 방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주택공급정책과 최근에 논란이 불거진 반지하 주거 대책에 대해서도 건축사 관점에서의 의견을 피력했다.
석 회장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의 공급을 통해 부동산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적 목표가 분명해 보인다"면서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수단과 후속으로 따라올 세부 조치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평가했다.
최근 집중호우로 급작스럽게 제기된 서울시의 반지하 건축 금지 발표에 대해서는 "단편적이고 획일적 해법"이라며 "홍수를 포함한 다양한 재해에 대해 주거의 안정성 확보라는 정책적 목표를 두고 다각적으로 검토한 뒤 근본적 정책을 세우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홍수에 안전할 수 있는 경사지 반지하 주택이 많고, 현실적으로 적지 않게 존재하는 안전한 반지하 주택을 무리하게 퇴출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석 회장의 분석이다.
석 회장은 협회 55년 역사상 최초로 연임에 성공해 지난해 3월 제33대 협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2000년에 임의화된 협회 가입이 자격 대여, 저가 덤핑 수주, 건축사사무소 경영 악화, 건축사보 인력난 등 건축업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원인으로 보고 협회 의무 가입을 골자로 한 건축사법 개정을 이끌었다.
지난 4일부터 시행된 새 건축사법에 따라 최초 개업 건축사는 개설 후 15일 이내에, 기존 개업 건축사는 내년 8월 3일까지 협회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석 회장은 "건축사의 윤리 확립과 건축물의 품질 향상이 협회 의무 가입 법제화의 취지"라며 "내달 1일부터 제주에서 개최되는 대한민국건축사대회 개회식에서 윤리강령 선포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밖으로는 건축사의 위상과 권익을 제고하는 협회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겠다"며 "협회 의무 가입이 시행된 만큼 안으로는 회원들의 편익과 건축사들 간의 소통 강화에도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dfla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