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방송 분석…"러, 동아시아서 군사 분쟁은 원치 않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북한이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오랜 우방인 러시아와 더욱 밀접해졌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사회 제재로 경제난을 겪는 북한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에 노동자 파견을 추진하고,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추가 대북 제재에 반대하는 등 밀월 관계를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공식적으로 지지하면서 노동자 파견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에서 두 공화국을 인정한 나라는 러시아, 북한, 시리아 외에는 없다.
이와 관련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 언론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에 횡재일 수도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노동자를 보내 산업시설과 식량 조달에 필요한 외화를 벌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러시아는 5월 유엔 안보리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탄도 미사일을 여러 차례 시험 발사한 북한을 추가로 제재하려 하자 결의안 표결에서 중국과 함께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처럼 북한과 러시아가 접촉면을 늘려가는 이유는 양국이 미사일 발사와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미국과 서방을 비롯한 자유 진영과 대립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일 대사를 지낸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는 도이체벨레에 "현대사와 정치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북한과 러시아가 공동의 적이 생기면서 외부 압력에 저항하기 위해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한국, 미국과 관계 개선 노력을 포기하는 대신 러시아, 중국에 더 의존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극동 문제를 연구하는 야코프 진버그 일본 고쿠시칸대 교수도 "북한과 러시아는 자신들을 제재의 희생자로 인식하면서 제재를 무력화할 방법을 찾고 있다"며 양국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진버그 교수는 러시아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통적으로 두 개의 대치 전선이 만들어지는 것을 꺼려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동아시아에서까지 군사 분쟁이 불거지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러시아는 이달 11일 북한의 10만군 파병 제안설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진버그 교수는 "러시아는 병력을 극동으로 옮기는 국면을 피하고 우크라이나에 쏠린 미국의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라도 지속해서 북한을 향한 지지 의사를 표명할 것"이라면서도 "당분간은 한반도와 대만이 있는 동아시아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될 듯하다"고 예상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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