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인공지능 사회로 재편 중…걸맞은 직무능력 갖춰야"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영국 대입제도의 핵심 시험제도들이 시대와 맞지 않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블레어 전 총리는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A레벨(A-level)과 중등교육자격검정시험(GCSE)이 현대 사회에서 요구하는 직무능력 수요를 "전혀 충족하지 못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A레벨은 대입을 앞둔 영국 학생들이 치르는 과목별 시험으로 일종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고, GCSE는 중등학교 졸업시험에 해당한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경제와 노동시장도 달라지고 있다. 자동화·인공지능(AI)으로 재편되는 세계에서 성공하려면 그런 신기술을 보완할 능력을 학생들이 보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고용주 44%는 학교를 떠나 직업 현장으로 직행한 직원들의 직무 능력에 대해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대안으로 부담이 적은 방식으로 꾸준히 학생을 평가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GCSE 교육과정 대상인 16∼18세 학생들이 한 번의 시험으로 진로를 결정하도록 부담을 주지 말고 "꾸준히 철저하게 자격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A 레벨 대상인 18세 이상 학생도 시험 한 번으로 대입 자격을 평가하지 않고,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블레어 전 총리는 주장했다.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 IBO가 개발·운영하는 국제 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습자의 자기 주도적 성장을 추구하는 교육체계다.
텔레그래프는 블레어 전 총리가 총리 재직 시절인 2005년 교육계에서 비슷한 요구가 나왔을 때 이를 거절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블레어 전 총리가 생각을 바꾼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블레어 전 총리의 아들이자, 교육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유인 블레어는 올해 초 GCSE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영국 교육계에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조프 바턴 학교·대학지도자협회 사무총장은 "과거에 뿌리박힌 제도가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는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블레어 전 총리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닉 힐먼 고등교육정책연구소 소장은 "GCSE를 폐지하면 학부모들에게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학생의 잠재력을 18세까지 전혀 평가하지 않으면 학교가 뭘 하고 있는 건지 부모로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대변인은 텔레그래프의 관련 질의에 제도 존속에 대한 견해는 밝히지 않은 채 "GCSE와 A레벨은 전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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