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선수권 남자 10,000m 金…이탈리아 선수론 역대 4번째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의 남자 육상 선수 예마네베르한 크리파(25)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크리파는 21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22 유럽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00m 결선에서 27분46초13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크리파는 4년 전 같은 대회에서 동메달에 그쳤던 아쉬움을 씻어내고 이탈리아 선수로는 역대 4번째로 유럽선수권대회 남자 10,000m 정상에 올랐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나 밀라노 가정에 입양된 그는 이제 이탈리아에선 누구나 아는 이름이 됐다.
22일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따르면 크리파는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서 유럽 챔피언이 되기까지의 특별한 스토리를 들려줬다.
그는 "이탈리아에 온 게 내겐 큰 행운"이라며 "내게는 제2의 인생이 주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1996년 에티오피아 암하라주 동부 데시에서 태어난 크리파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보육원에 맡겨졌다.
그가 입양된 것은 5살 때인 2001년이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온 로베트로-루이사 크리파 부부가 크리파뿐만 아니라 그의 어린 동생, 사촌 6명을 모두 입양했다.
이 부부는 곧 이탈리아 동북부의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주로 이사해 입양한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크리파는 고지대에 위치한 에티오피아 출신답게 지치지 않는 폐활량으로 남자 육상 10,000m에서 세계적인 강자로 우뚝 섰다.
그는 "에티오피아에서 고아로 계속 살았다면 내 삶이 어떻게 끝났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며 "나를 입양한 부모님은 내게 평범한 삶과 보금자리, 학교, 운동선수의 기회를 주셨다"고 말했다.
크리파는 태어난 곳인 데시를 방문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여러 번 갔었다"며 "처음 갔을 때는 감정이 넘쳐났지만 두 번째 방문부터는 그런 감정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선 아이를 길가에 버린다는 걸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라며 "하지만 에티오피아에선 흔한 일이다. 나는 그런 곳에서 자랐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하지만 크리파와 같은 '이탈리아 드림'을 또 보긴 쉽지 않아 보인다. 에티오피아는 2018년 국제입양을 전면 중단했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