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배터리·태양광 패널 생산 타격…쓰촨·충칭 충전소 폐쇄
도요타·폭스바겐·CATL 가동 중단…테슬라도 공급망 차질 우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경제가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도시 봉쇄로 큰 타격을 받고 나서 회복 국면에 들어가는가 싶더니 이젠 폭염·가뭄으로 신음하고 있다.
지난 4~5월 상하이와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전면·부분 봉쇄 조치가 취해지면서 직격탄을 맞은 중국 경제가 6월 봉쇄 해제와 더불어 살아나는 조짐을 보였으나 그때부터 시작된 폭염과 가뭄에 다시 발목을 잡혔다.
중국 기상 당국은 관측을 시작한 1961년 이래 최장기간 폭염이 쓰촨성을 포함해 중국 남부를 덮쳤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중국의 젖줄이라고 할 6천300㎞의 창장(양쯔강)이 바짝 마르면서 농작물 피해와 식수난이 초래됐고, 쓰촨성의 주된 발전 공급처인 수력발전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폭염으로 냉방시설 가동 등이 늘면서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쓰촨성 당국은 비상조치를 단행했다. 이달 15일부터 25일까지 산업용 전력 공급을 중단한 것이다.
이 조치는 중국 최대 규모의 쓰촨성·충칭 광역시의 전기차용 리튬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생산 공장을 직격했다.
리튬염 생산공장이 문을 닫아야 했고, 도요타·폭스바겐(폴크스바겐)·지리 등 완성차 업체들과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CATL(닝더스다이)도 조업을 중단했다. 세계 최대 폴리실리콘 생산기업 퉁웨이그룹은 전력 부족으로 공장을 제한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정전 조치로 쓰촨성과 충칭시의 전기 충전시설이 대부분 문을 닫아 두 지역의 전기차가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쓰촨성 전력 위기는 인접 지역으로도 전이됐다.
쓰촨성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 처지인 상하이 등은 최근 전기차 업체 가동을 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고 읍소하고 있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도 리튬배터리 공급 차질을 우려하는 실정이다.
수력발전은 중국 전체 전력 공급의 18%(2020년 기준)를 차지한다. 특히 싼샤댐 등이 있는 쓰촨성의 수력발전 의존율은 80%에 가깝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리숴 고문은 쓰촨성의 전력난이 2020년 말 후난성 정전 사태를 연상시킨다고 짚었다. 당시 추운 날씨로 풍력발전량이 줄어들고 난방용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후난성 당국이 석탄화력발전량을 늘려 위기에 대처했다.
쓰촨성도 수력발전 부족분을 석탄화력발전으로 메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지난 22일 쓰촨성의 67개 석탄화력발전소가 모두 가동돼 발전용량이 1천275만㎾에 달하면서 쓰촨성 전체 발전용량의 25%를 차지했다. 이는 예년 비슷한 시기의 10%와 비교할 때 15%포인트 뛴 수준이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중국이 이미 약속한 탄소중립 목표와 다른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끌고 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2020년 8월 시진핑 국가주석은 2060년까지 중국을 탄소중립국으로 만들겠다며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 중단과 함께 석탄 채굴과 사용을 줄이겠다고 선언했으나, 쓰촨성의 사례로 볼 때 얼마든지 '역행'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쓰촨성 이외에 상하이도 전력 사용을 줄일 목적으로 와이탄 해안가의 실외 조명을 껐고 후베이성의 우한도 양쯔강 라이트 쇼를 중단하는 등 전력난이 확산하고 있어 보인다.
블룸버그는 쓰촨성의 국내총생산(GDP)이 중국 전체의 5% 수준에 불과하지만, 전력난이 지속하면 중국 경제 전체에 악영향이 끼쳐질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 경제는 지난 2분기 성장률이 상하이 봉쇄 등 충격으로 우한 사태 이후 최저인 0.4%까지 급락했다.
중국 당국이 경기 침체의 한 요인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가운데 폭염·가뭄에 따른 전력난이 겹치면서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16일 광둥성을 방문해 "중국 경제가 6월에 반등했으며 7월에도 성장 속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경제 동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악재로 중국 경제의 내상은 깊어가는 형국이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할 가을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 지도부가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는 가운데 쓰촨성 전력난이야말로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짚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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