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새로 선출된 자국 천주교 주교들에 외세의 침입을 적극적으로 막아내라고 지시했다.
중국 지도부 서열 4위인 왕양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전국정치협상회의(전국정협) 주석은 지난 23일 국가가 후원하는 두 천주교 단체의 새 지도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고 관영 통신 신화사가 전했다.
왕 주석은 지난 20일 중국천주교애국자연합의 대표로 선출된 조지프 리 산 대주교와 중국천주교주교회의 대표로 뽑힌 조지프 선 빈 주교에게 '종교의 중국화'에 관한 당국의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고 당의 지도력을 굳건히 지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종교의 중국화는 공식적으로 무신론자인 공산당이 종교를 자신들의 통제하에 두고 중국 문화에 맞추려는 것으로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입했다.
왕 주석은 애국자들이 계속해서 교회를 이끌 수 있도록 새 주교들이 정치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성직자를 육성해 천주교의 중국화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외세의 침입을 적극적으로 막아내면서 정치적 원칙을 똑바로 세우고 자주적이어야 한다"며 종교가 사회주의 사회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주석의 해당 발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국과 맺은 주교 임명 협정을 옹호하며 시효 연장을 희망한 가운데 나왔다.
교황은 지난달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협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10월에 갱신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2018년 9월 중국 정부가 교황을 세계 가톨릭교회의 최고 지도자로 인정하는 대신 교황청은 중국 당국이 자체 임명한 주교를 승인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2년 기한의 합의안에 서명했다.
그해 10월 발효된 이 협정은 2020년 시효가 한차례 연장됐으며, 다시 그 기한이 다가오면서 교황청과 중국 측이 추가 연장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 1천200만명의 중국 천주교 신자들은 교황의 권위를 따르는 '지하 교회'와 중국천주교애국자연합이 통제하는 국가 후원 교회로 분열돼 있다.
중국에서는 사제와 주교가 당국의 관리 아래에 있는 교회에서만 배출됐고, 교황청은 협정 체결 이전에는 이를 인정해오지 않았다.
교황청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대만과 수교했으나, 1951년 단교한 중국과의 관계 복원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교황청은 주교 임명 협정이 중국 내 교회 활동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고 교계 통합과 종교 자유화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해당 협정이 중국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고 있으며 지하 교회를 희생시킨다는 비판도 많다.
협정 체결 이후 중국은 교황의 승인 없이 주교를 임명하던 관행을 멈췄으나 지하 교회 성직자에 대한 탄압을 고발하는 보도는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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