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 몰려 추모…두긴 "딸, 러시아 위해 숨진 것" 주장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브레인'으로 알려진 극우 사상가의 딸이 테러로 폭사한 이후 대대적 영결식이 열렸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 AP·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북쪽 오스탄키노 방송센터에서는 수백명의 추모객이 몰려든 가운데 다리야 두기나(30) 영결식이 열렸다.
두기나는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 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극우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60)의 딸로, 20일 저녁 모스크바 서쪽 외곽 도로에서 자신이 몰던 도요타 SUV 차량이 폭발하면서 사망했다.
두긴은 영결식 추도사에서 "딸은 러시아 국민과 러시아를 위해 숨졌다.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엄청난 대가는 최고의 성취와 우리의 승리로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딸이 러시아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이며 이같은 엄청난 희생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승리함으로써만 보상받을 수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됐다.
러시아는 폭발의 배후에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두기나의 대형 흑백 사진이 걸린 영결식장에서 관 옆에 앉은 두긴은 "딸은 승리를 위해 살았고 승리를 위해 죽었다. 우리 러시아의 승리, 우리의 진실, 우리 정교회의 믿음, 우리 나라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딸이 사망 전 함께 참석한 행사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도 "'아버지, 나는 내가 전사라고 느낍니다. 나는 우리 국민, 우리 나라와 함께 있고 싶습니다'였다"고 전했다.
두긴의 가까운 지인이자 재벌인 콘스탄틴 말로페예프도 두기나가 '순교자'라고 주장하며 그의 때이른 죽음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기나 사망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에 자극제가 될 것이란 의미로 핵석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친(親)크렘린계 정치인과 기업인 등이 참석했다.
두긴은 사고 당일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행사에 함께 참석했던 아버지 두긴과 같은 차량으로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막판에 따로 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날 폭발이 아버지 두긴을 노린 것일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보안 당국은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요원이 원격 폭파 장치로 두기나를 살해하고 에스토니아로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두긴은 푸틴 대통령의 사상에 영향을 끼친 극우 민족주의 사상가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때는 우크라이나인을 없애라며 크렘린궁의 군사 행동을 선동하기도 했다.
언론인이자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던 딸 두기나 역시 아버지의 사상을 지지하면서 러시아 국영 TV 등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했다.
푸틴 대통령은 두기나 사망 후 그에게 용맹 훈장을 수여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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