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스페인 의회가 25일(현지시간) '비동의 강간죄'를 제정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의회에 상정된 법안은 성범죄 여부를 판단할 때 피해자 측이 '분명한 동의 의사를 표현한 경우'에만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피해자의 '묵시적', '수동적' 동의는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가해자를 성폭행범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이른바 "동의해야 동의한 것"(Only yes means yes) 법안이다.
법안은 또 '성학대'와 '성폭행'의 구분을 삭제했다. 아울러 성폭행 가해자의 폭력·위협행위 탓에 성관계에 이르게 됐다는 점을 피해자가 입증하지 않아도 되도록 개선했다.
거리 성희롱 행위나 동의 없는 음란 이미지·동영상 전송 행위 등에도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스페인에서는 2016년 피해자 1명이 5명에게 집단으로 성폭행당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인 바 있다.
이 사건의 가해자들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성폭행이 아닌 성학대 혐의가 적용됐다. 판결을 내린 지방법원은 피해자가 사건 당시 '묵시적', '수동적'인 태도였다며, 당시 상황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나중에 대법원에서야 뒤집혔다. 가해자들은 다시 강간죄로 유죄를 선고받았고, 형량도 징역 9년에서 15년으로 가중됐다.
스페인에서는 성폭행 범죄가 최근 급증하고 있어 비동의 강간법 제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확산했다. 2021년 스페인 강간 범죄 건수는 전년대비 3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상정되는 법안은 의회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어 여유 있게 통과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다만 보수 성향의 야권에서는 법안이 불필요하고 오만하다면서 반대 의사를 내고 있다.
법안은 스페인 평등부가 주도했다. 스페인 평등부는 지난달 여성들이 각자 체형과 상관없이 마음 편히 해변을 찾으라는 내용의 공익 캠페인을 벌여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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