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 소련 잔재 80m 2차대전 승전비 철거

입력 2022-08-26 09:04   수정 2022-08-26 18:11

라트비아, 소련 잔재 80m 2차대전 승전비 철거
러시아계 주민 반발 속 TV로 생중계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국가 라트비아에서 25일(현지시간) 옛 소련 시절에 건립된 대형 기념비가 TV 생중계 속에 철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라트비아 당국은 이날 수도 리가 중심부의 공원에 있는 옛 소련 시절의 오벨리스크(방첨탑)를 중장비를 동원해 해체했다.
소련의 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공원에 우뚝 서 있던 높이 약 80m에 달하는 방첨탑 기둥은 인근의 연못으로 쓰러지면서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켰고 멀찌감치에 모여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날 행사는 라트비아의 한 방송사가 생중계했다.


각기 높이가 다른 콘크리트 첨탑 5개 위에 소련을 상징하는 별 3개를 얹은 이 조형물은 나치 독일을 상대로 한 소련 붉은군대의 승리를 기념하려고 라트비아가 소련의 일부였던 1985년 세워졌다.
그러나 라트비아가 소련 해체 과정에서 1991년 독립하고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이 탑의 존속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졌다.
이 탑의 앞은 나치 독일을 상대로 한 승리를 기념하는 2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러시아의 '전승절')이면 헌화를 하는 사람으로 붐볐다.
라트비아 의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5월 이를 없애기로 했다. 라트비아에 사는 러시아계 주민들은 반발했으나 이날 결국 해체를 강행했다.


라트비아 외교부는 이날 행사와 관련, 트위터에 "라트비아는 이로써 고통스러운 역사의 한 장을 닫고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보게 됐다"고 자평했다.
라트비아를 비롯한 동유럽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옛 소련 시절의 잔재를 속속 제거하고 있다.
폴란드는 24일 소련 붉은군대 병사를 기리는 자국 내 조형물 철거를 발표했고 에스토니아는 지난주 러시아 국경 도시 인근에 있는 소련의 2차 세계대전 기념 조형물을 해체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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